‘믿고 보는 tvN’이란 말이 무색하다.

기대를 모은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가 방송 2회만에 역대급 방송 사고를 냈다. 24일 방송된 2회는 단역 배우들의 와이어 라인이 모두 노출되는 등 후반적업이 완성되지 않은 화면이 연달아 보여졌고, 중간광고 역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예정된 1분이 아닌 십수분간 이어졌다. 두 차례 지연된 사고를 낸 ‘화유기’는 결국 자막을 통해 ‘방송사 내부 사정으로 종료합니다’고 고지하며 방송이 종료되는 대형사고를 냈다.

제작진은 방송 사고를 막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화유기’는 파국에 이르고 말았다. 곧바로 사과 입장과 2회분이 25일 긴급 재방송된다고 공식입장을 알렸지만 ‘화유기’가 준 실망감은 엄청나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2회 자체를 방송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실수라기 하기에는 방송 전 이미 예고된 방송 사고이기에 변명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방송국에게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그렇기에 tvN의 이런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통보식의 대처는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지적이 크다. 게다가 2회에 벌어진 이번 사고는 이미 첫 방송 전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일이었기에 ‘화유기’의 편성 시기를 미뤘어야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tvN이 무리하게 방송을 강행하다 이런 사태가 벌어졌지만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모양새도 좋지 않게 보이고 있다.

사실 tvN은 케이블 채널이라는 명분으로 편성의 유연성을 잘 활용해왔다. 이미 ‘도깨비’, ‘응답하라 1988’,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은 프로그램 완성도를 위해 방송 도중 한주 결방을 선택하기도 했다. 또 지상파의 경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종영과 후속작의 첫 방송이 딱 맞물려 편성되는 것이 정석이지만 tvN은 1~2주간 공백이 있는 경우가 잦았다.

무엇보다 2017년 tvN은 잦은 편성 변경으로 시청자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월화와 수목 드라마가 각각 기존 밤 10시 50분 방송에서 9시 30분으로 70분 앞당기는 대대적인 편성 변경이 있었다. 그러나 편성 변경 후 첫 월화극이었던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10월 9일(월) 10시 50분”이라고 적힌 공식 포스터를 언론에 배포해 촌극이 펼쳐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과거 tvN이 개척한 금토극을 포기하고 토일드라마로 변경했고, 마지막 금토극이었던 ‘시카고 타자기’는 대선TV토론 생중계를 피하기 위해 2회 연속 편성이라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이런 잦은 편성 변경은 예능에서는 더 비일비재하다. 평일 드라마 시간대가 9시 30분으로 옮기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대거 이동은 불가피했고, 인기 예능에 편향되는 편성을 여전히 고수하며 돌려막기식 편성이 이어지고 있다. 올리브TV와 공동방송되는 ‘섬총사’에 이어 ‘서울메이트’는 이런 이유로 방송 중 편성시간이 옮겨지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tvN은 시청자에게 ‘믿고 보는 채널’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지상파와 종합편성 그리고 케이블의 어떤 채널보다 큰 사랑과 충성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의 선택과 행보는 이와는 다소 동떨어진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tvN이 ‘화유기’ 방송사고를 통해 시청자에게 받고 있는 사랑만큼 약속과 책임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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