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야심작'NIRO'시승기

최근 가주의 유류세 인상으로 개스 값이 '훅' 뛰어올랐다. 평소 갤런당 3달러 아래로 유지됐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주유소가 3달러를 넘겨 판매하고 있다. 유류세 인상분은 갤런당 12센트지만 이틈을 타 정유회사와 소매상들이 개스값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작은 인상 요인만 있어도 개스값이 널뛰기를 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언제 가격이 폭등할 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정유공장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 며칠 가동이 중단돼도 개스값은 무섭게 오르기 때문이다. 부자가 아닌 이상, 아니 요즘에는 부자들도 자동차의 연비에 많은 신경을 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연비가 나쁜 대형차가 한 대 있으면 세컨드 차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등 개스비가 적게 드는 차를 골라 비용을 상쇄시키는 현명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소형이지만 중.대형 SUV와 맞먹는 넓은공간과 편리함
차선이탈.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차량도 알아서 경고
자동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안전 사양

 저효율 고비용의 커다란 자동차가 판을 치던 미국 시장도 이젠 많이 바뀌었다. 소형차들이 잘 팔리고 있고, 덩치가 커도 소비자들은 연비를 따진다.
 개스를 아예 안쓰는 전기차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아직은 전기차의 한계로 전기와 개스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런 와중에 기아자동차의 니로를 만났다. 솔직히 외모에서는 다른 기아자동차의 모델과는 달리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딘가 낯이 익은 그런 친숙한 외관이다. 강한 첫 이미지를 받았지만 타보고는 완전히 실망하는 그런 자동차와는 처음부터가 달랐다. 일반적으로 시승을 하면 멋진 도로를 달리거나 아니면 연비가 잘 나오는 곳을 택한다.
 하지만 필자는 생활 속의 연비, 즉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연비를 체크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출퇴근을 하면서 니로를 시승했다. 오렌지 카운티의 집에서 LA의 회사까지 편도 40마일, 왕복 80마일을 달렸다. 프리웨이가 25마일 정도, 로컬 길이 15마일 정도였다.
 러시아워를 피하긴 했지만 악명높은 5번과 10번 프리웨이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연비를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뒤 계기판에 나와있는 평균 연비를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탄 모델은 투어링으로 기아자동차의 공식 연비는 로컬 46마일, 하이웨이 40마일, 복합이 43마일이었는데 일주일 뒤 시승차의 평균연비는 45마일을 나타내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 없이 운전했음에도 공식 연비보다 더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차를 타봤지만 제조사가 밝힌 공식 연비보다 더 좋게 나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하이브리드 차량인 현대의 아이오닉이나 토요타의 프리우스보다는 좋은 연비라고 할 수 없지만 자동차의 크기 등 모든 것을 감안하면 가성 연비는 니로가 최고인 듯 싶다. 니로는 전장 171.5인치, 전폭 71.1인치, 전고 60.4인치, 축거 106.3인치로 웬만한 준중형 SUV와 맞먹을 정도다. 사실 겉에서 보면 그렇게 커 보이지 않지만 실내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미국의 대형 SUV도 겉은 크지만 실내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하지만 니로는 겉에서는 작아 보이지만 안은 덩치가 큰 성인 남자 4명(운전자 포함)이 타도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장시간을 앉아 있어도 충분히 편할 만큼 다리 공간이 넓었고, 머리 위의 공간도 SUV답게 많이 남았다. 트렁크 공간은 19.4큐빅 피트나 돼 한 가족이 타고 여행을 떠나도 충분했다. 트렁크 크기는 뒷자석을 접으면 54.5큐빅 피트가 돼 소형 픽업 트럭이 필요없을 정도다.
 운전석에 앉으면 니로의 참맛을 더 느낄 수 있다. 승용차보다 살짝 높은 위치에 있어 전방의 시야가 탁 트인다. 여기에 SUV처럼 너무 높지 않아 차량의 바로 앞 시야도 좋았다.
 계기판에는 배터리 잔량 정보와 함께 전기모터 모드와 엔진 모드를 한눈에 알려주고, 연비까지 친절하게 알려줘 운전자들의 나쁜 운전 습관을 고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많은 정보를 알려주지만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배치로 모든 정보를 한눈에 빠르게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악셀레이터를 밟자 부드러우면서도 즉각적인 반응으로 차가 튀어나갔다. 전기차 특유의 스타트였다. SUV지만 세단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언덕길 가속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소음은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전기모터 모드에서 엔진 모드로 오가면서도 진동이나 소음은 운전을 하면서 느끼기 어려웠다. 계기판을 봐야 차가 전기모터 모드로 구동이 되는지, 엔진 모드로 달리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기차의 단거리 경제성…
하이브리드의 장거리 충족

 니로가 미국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이유는 역시 연비다. 니로는 작년 LA에서 뉴욕까지 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LA 시청에서 뉴욕 시청까지 3714.5마일을 달리는 동안 평균 연비 76.7mpg(갤런당마일)를 기록했다.
 니로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연비가 가장 좋은 EX 모델을 두 미국인이 번갈아 가며 8일 동안 운전해 4.1회 주유만으로 미 대륙을 횡단한 것이다. 이 모델의 복합 공식 연비는 49mpg다. 특별히 제조한 차량이 아닌 시판 모델과 동일한 차량이었고, 미국 시장에서 출시된 전체 차종 가운데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해 국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그러나 니로 하이브리드는 니로 형제 중에서 가장 연비가 나쁜(?) 모델이다. 지난 5월 한국에서 먼저 출시된 니로 플로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내년 초 판매가 시작될 니로 전기차(EV)가 미국의 스마트한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니로의 강점인 넓은 실내를 똑같이 공유하고 있는 니로 PHEV는 한국 최초의 SUV PHEV 모델로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기반으로 하고 여기에 전기차의 단거리 경제성과 하이브리드카의 긴 주행거리를 충족시켰다. 고효율의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시 전기 모드 만으로 25마일까지 주행할 수 있고, 하이브리드 모두 주행으로 500마일을 포함해 525마일의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아울러 최고출력 105마력(ps), 최대토크 15.0kgf·m의 카파 1.6 GDi 엔진과 최고출력 60.5마력(44.5kW), 최대토크 17.3kgf·m(170Nm)의 고효율 영구자석형 모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고 합산출력 141마력, 최대 합산토크 27.0kgf·m로 강력한 동력성능을 구현했다.
 니로의 진화는 전기차에서 화룡점정을 이루게 된다. 아직 한국에서도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는 언제 선을 보일지 정해지지 않은 데다 자세한 스펙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 종합해보면 한 번 충전으로 250마일 정도 주행할 수 있는 모터를 엔진에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소울 전기차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마일을 주행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주행거리가 두 배 이상 확대된다.박태훈 기자

배터리'평생 보증'은 덤

 각종 편의 장치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요즘 소형차에까지 각종 편의 장치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니로에도 모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차량이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를 해주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후측방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인지해 경고를 해주는 후측방 경보 시스템, 전방의 차량 혹은 보행자와의 충돌이 예상되면 차량을 멈추는 자동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안전 사양도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탑재된다.
 여기에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의 골칫거리인 배터리에 대해 평생 보증을 해주는 것은 덤이다.
데이빗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