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예정 일왕 새해 축하행사에 12만6천여명 모여…즉위후 최다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김병규 특파원 =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2일 황거(皇居)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한 새해 축하 행사에서 "우리나라(일본)와 세계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황거 베란다에서 일반인 방문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평온하고 마음이 풍성한 해가 되도록 기원한다"고 밝혔다.

일왕의 이번 신년 메시지는 매년 발표한 것들과 비슷 내용으로, 메이지(明治) 유신(維新)을 칭송하며 '새로운 국가'를 강조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올해 연두소감(신년사)과 대비된다.

아베 총리는 전날 발표한 연두소감에서 작년 10·22 중의원 선거에 여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전세대형 사회보장'을 언급하며 "올해는 실행의 1년이다. 새로운 국가 만들기를 향해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헌법개정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공약의 실행을 강조하면서 개헌 의지를 돌려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전날 방송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10·22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으니 당연히 당에서 (개헌) 논의를 진행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며 개헌 야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연두소감에서 올해 150주년을 맞는 메이지 유신에 대해서는 "식민지 지배의 파도가 밀려오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근대화를 단숨에 추진했다. 여러 일본인의 힘을 결집시켜 독립을 지켜냈다"고 치켜세우는데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일왕과 아베 총리는 작년 8월15일 일본 종전일(패전일) 때도 다른 뉘앙스의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아베 총리가 전쟁 가해(加害)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데 반해 아키히토 일왕은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성'을 언급했다.

일왕은 새해 축하 행사로 이날 오전 세차례, 오후 두차례 등 총 다섯차례에 걸쳐 황거 베란다에 올라 시민들에게 축하인사를 했다.

행사에는 오전 11시30분까지 역대 최다 수준인 6만5천명이 몰려 퇴위 시점이 내년으로 확정된 뒤 일본 국민이 왕실에 큰 관심이 있음을 나타냈다.

이후에도 행사 참가자가 이어져 오후 행사까지 포함하면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한 1989년 이후 최다인원인 총 12만6천720여명의 일반인이 모였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전까지는 마사코(雅子) 왕세자빈이 결혼 후 처음으로 참가했던 1994년 행사에 모인 인원 11만1천700여명이 최다인원이었다.

지난해 8월 중도 퇴위 의향을 밝힌 아키히토 일왕은 2019년 4월 30일 퇴위하고 다음날인 5월 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즉위할 예정이다.

앞서 아키히토 일왕이 84세 생일을 맞은 지난해 12월 23일에도 축하 방문객이 이어져 즉위 이후 가장 많은 5만2천300여명이 다녀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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