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앞 결혼식 올린 말기암 신부…첫날 밤 하늘나라로


2년여전 청혼 앞둔 연인 유방암 진단 '청천벽력'
뇌까지 전이, 암과의 사투 중 눈물의 '프로포즈'
가족·친지 축하 속에 결혼식후 18시간만에 숨져
"그녀는 내 인생 최고의 사랑…영원히 못 잊을것"

[신년화제]

암 말기의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식을 올린 한 남성의 사연이 미국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코네티컷주 지역 방송 WFSB는 지난 12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22일, 하트퍼드 세인트 프랜시스 교회에서 열린 암 환자 헤더 모셔와 데이빗 모셔의 결혼식을 소개했다.

턱시도를 입은 남편 데이빗은 긴머리 가발과 흰 면사포를 쓰고, 드레스 차림으로 침대에 누운 신부 헤더의 두 손을 맞잡았다. 두사람은 결혼 서약을 읊음으로써 정식 부부가 됐다. 그러나 18시간 후 아름다웠던 신부는 남편 곁에서 그대로 숨을 거뒀다. 23일 헤더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결혼 맹세'였다.

남편 데이빗은 "그녀는 강했다. 암이 악화되고 있는 순간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오로지 결혼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그녀가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헤더는 모두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마치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를 연상시켰다, 그녀는 끝까지 밝은 웃음을 잃기 않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2년여전인 201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스윙댄스 수업에서 처음 만나 연인 관계로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이듬해 12월 23일, 데이빗이 청혼을 하기로 결심한 날, 그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바로 헤더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데이빗은 "헤더는 내가 그날 밤 프로포즈를 할 줄 몰랐다. 그 소식을 접하고도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그녀 혼자 아픔을 겪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야 했다"며 헤더에게 계획대로 청혼했다고 말했다.

프러포즈 5일 후, 헤더의 유방암은 예후가 좋지 않아 난치병으로 분류되고 있는 삼중음성 유방암(TNBC)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암 치료에 함께 매진하며 암과의 사투를 벌였으나 결국 물리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9월 뇌까지 암이 전이되면서 헤더는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의사들은 데이빗에게 결혼하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유했다. 결국 데이빗은 30일이었던 예식을 22일로 앞당겼다. 예정대로였다면 그는 아내 없이 결혼식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사경을 헤매던 헤더는 결혼식을 올린 후 하루도 안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데이빗은 "헤더는 내 최고의 사랑이었다. 비록 그녀를 떠나보냈지만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