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새해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상징, 한국선 본격적인 은퇴 시작
뺑뺑이·국민교육헌장·'박치기'김일·PX 통조림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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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지금 환갑은 부모 세대 70세 보다 젊어
'평범하게, 무탈하게'목표 거부…퇴장아닌 새 도전

2018년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는 의미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1958년생 개띠 출생자들에겐 유별날 수밖에 없다. 만 60세, 환갑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58년 개띠'는 국어사전에는 없지만 장년층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익숙하고, 특별한 의미를 함축한 단어다. 그많은 다른 개띠 중에서 1958년 출생자라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온 베이비 부머 세대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떼처럼 많고, 생활력이 강하고, 맹랑하다'는 속설 때문인지 띠 앞에 유일하게 '58'이라는 태생 연도가 항상 따라다닌다.

베이비 부머는 한국 전쟁이 끝난 뒤인 1955년부터 1960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그런데 왜 유독 '58년 개띠'라는 말이 생겨 고유 명사처럼 회자됐을까.

한국 전쟁으로 어수선했던 사회 분위기가 수습된 1958년 출생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출생 인구만 따지면 1958년생(92만17명)들이 '59년 돼지띠'(97만9천267명), '60년 쥐띠'(100만6천18명)보다 적지만 '58년 개띠'로 불리며 베이비붐 세대의 상징으로 인식된 것은 이들이 늘 우리사회 격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1958년생이 초등학생일 때는 '콩나물 교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다. 일부는 오전·오후로 수업을 쪼개야 했을 정도다.

이들이 중학교 3학년인 1973년 서울의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가 시작됐다. 그야말로 '뺑뺑이'세대다. 어느 때보다도 대학 입시 경쟁도 치열했고, 대학에서 민주화 운동도 격렬했으며, 직장에 한번 들어가면 '끝까지 충성'이란 각오가 남달랐던 세대다.

일단 58년 개띠들에겐 그들을 동지의식으로 묶어주는 몇 개의 키워드가 있다. 그 첫 번째가 '가난'이다. 낡은 교과서를 보따리에 싸맨 채 밑창 달아난 고무신을 신고 십 리 길을 걸어 등교했던 어린 시절. 미군 PX 통조림, 원조용 옥수수빵과 우유가루로 허기를 달랬던 기억이 그들을 묶어준다.

가난 말고도 그들이 자라며 함께 겪은 사회·문화적 체험은 또 있다. 달달 외우지 못하면 교실로 들어갈 수도 없었던 국민교육헌장, 프로레슬러 김일의 호쾌한 박치기, 헝그리 복서 홍수환의 눈물겨운 4전5기, 배꼽이 빠질 정도로 우스웠던 배삼룡의 슬립스틱 코미디…

그리고 박정희 유신과 반 독재투쟁, 교련, 베트남전, 밥 딜런과 존 바에즈, 레너드 코헨, 한대수, 김민기 등이 이들과 친숙했던 단어들이다.

그들이 이제 60세가 된다.

한국선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퇴장을 알리는 선두가 바로'58년 개띠'다.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을 뒤로 하고 하나둘 은퇴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시대가 젊어지지 않았는가. 58년 개띠는 올해 만 60세를 맞이하지만 이제 100년을 사는 시대 아닌가. 아직 40년이나 남았다. 더욱이 한국에 비해 노령화 속도가 늦은 미국에서 지금의 60세는 과거의 70세보다 훨씬 젊고 건강하다.

주위를 둘러봐도 60세에 은퇴하고 집에 들어앉는 60세는 별로 안보인다. 이렇게 건강한 60세가 언제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팔팔하다.

이제 대부분 아들, 딸 출가시킬 나이…되레 할일이 더 많다. 우리 부모 시대처럼 '평범하게, 무탈하게'를 목표로 삼아 새해를 맞기엔 몸과 마음이 너무 건강하다. '은퇴 계획'이 새해 목표가 될 순 없다.

2018년 무술년 황금 개띠의 해. 개 처럼 생기와 활기가 철철 넘친다. 퇴장이 아니고 새로운 도전이다.

'58년 개띠'들에게 고한다. 아니 베이비부머 세대에 외쳐본다. "다시 한번 뛰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