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이하 신과 함께)이 2018년 새해 첫 박스오피스 기록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포문을 열었다. 영화의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4일 “0시를 기준으로 ‘신과 함께’의 누적 관객수가 1000만 19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예매 관객수가 포함된 수치로 지난해 ‘택시운전사’에 이어 역대 국내 영화로는 열여섯번째로 천만 영화 기록을 세웠다. 외화까지 포함하면 스무번째다.

◇신(神)기록의 연속, 천만 돌파까지 어떻게 갔나

태생부터 달랐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한국영화의 불모지로 여겨져온 판타지 장르로는 첫 천만 영화다. 무엇보다 1, 2 부의 시리즈 작으로 동시 촬영됐으며, 2017년 12월 1편에 이어 2018년 상반기 2편이 개봉된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이 있었던데다 인기 웹툰이었기 때문에 우려의 소리도 많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개봉일인 지난달 20일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선두를 놓치지 않았고, 16일째 천만 돌파에 성공했다. 최종 1761만명을 동원한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명량’의 12일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다. 종전 2위는 ‘부산행’과 ‘택시운전사’(각각 19일)였다.

이같은 수치에는 연휴도 한 몫을 했다. 개봉 1주차 토요일일 12월 23일 96만명, 크리스마스 이브(24일) 126만명,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은 121만명을 불러모았다. 신정 연휴에도 사흘간 매일 100만명 안팎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겨울 성수기 효과도 있었다. 하정우는 2015년작 ‘암살’에 이어 두 번째, 조연으로 출연한 오달수는 ‘변호인’, ‘7번방의 선물’, ‘국제시장’ 등을 포함해 여덟 번째로 각각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이밖에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2003년 창립 이래 첫 천만 영화를 배출한 영화로 기록됐다.

◇축하는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다(ft.스크린 독과점)

독과점 논란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올 겨울 ‘한국영화 빅3’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신과함께’ 그리고 CJ엔터테인먼트의 ‘1987’, NEW의 ‘강철비’였다. 이 중 NEW를 제외한 두 영화는 국내 최대 영화관을 보유하고 있던 터라 ‘자사영화에만 너무 스크린을 내어주지 않겠냐’는 우려의 소리가 있었다. 이를 입증하듯 크리스마스인 지난달 25일 ‘신과 함께’의 스크린 수는 1909개(상영점유율 47%), ‘강철비’는 절반에 못 미치는 899개, ‘위대한 쇼맨’은 3분의 1 수준이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상망(3일 기준)에 따르면 ‘신과함께’는 스크린수 1241개(상영횟수 5724회), ‘1987’은 스크린수 964개(상영횟수 4231회), ‘강철비’ 518개(상영횟수 1225회)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김용화 감독은 지난 2일 YTN ‘호준석의 뉴스人’에 출연해 “일정 부분 오해가 있을 수 있긴 한데 사실 스크린에 대한 부분은 제가 알기론 공급자의 문제는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 문제”라면서 “극장이 특혜를 주려고 쥐고 있다 하더라도 사전예매량, 1순위 관람 의향, 선호도, 인지도를 다 종합하고 관객들 출구조사를 다 하고 나서 스크린수가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염려하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반면, 영화관계자들은 “관객이 선택할 문제가 맞다. 하지만, 어느정도 여건이 마련되어야 볼 게 아니냐”라면서 “한국영화 외에도 비슷한 기간 개봉한 외화들 역시 대형 극장체인을 소유하고 있는 배급사의 작품이 빛을 못 본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대비책이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편이 기대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기대감은 최고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1편보다 2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다. 김용화 감독은 “1편에서 많은 인물들이 힘을 뺐다. 2편에 더 많은 얘기가 펼쳐질 것”이라면서 “특히 마동석에 대해서는 기대해도 좋다. 이전에 우리가 몰랐던 마동석의 모습을 이번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과 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편이 가볍게 이들이 가는 길을 보여주는 장을 마련했다면, 2편에는 1편에서 다루지 않았던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등의 과거와 함께 마동석이 새롭게 투입되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예정이다.

특수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영화의 주무대인 저승세계는 대부분 VFX(시각 특수효과)로 입혀졌다. 김용화 감독은 VFX 전문회사 덱스터스튜디오의 대표로 있다. 앞서 전작인 ‘미스터 고’가 그 출발점인데,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 부분 또한 자신감이 넘친다. 한편, ‘신과함께’는 1·2편을 동시에 제작으로 제작비가 총 400억원이 넘었다. 1편의 관객수가 1200만명을 넘으면 올 여름 개봉할 2편을 포함한 전체 제작비를 회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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