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새해에는]

직원들 모아놓고 1~2시간 일방적 훈시, 직장인의 고통
미국서 태어난 2세 자녀, 폭풍 한국말 잔소리 부모 기피
'커뮤니케이션 부재'노년층 황혼 이혼 증가도 대화 때문
새해 결심으로 말하기 보다 듣기,'말의 다이어트'어떨지

미국의 시장전문조사 기관인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새해 결심으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건강 유지(37%)다. 이어 살빼기(32%), 삶 완벽 즐기기(28%), 덜 쓰고 더 벌기(25%), 가족·친구와 더 많은 시간 갖기(19%) 순이다. 10위 순위 안에 새해 결심 안하기도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 새해 결심 목록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말의 다이어트'가 바로 그것이다. 말하기 보다 듣기, 즉 경청하는 자세 말이다.

경청은 대인관계의 기본이다. 하지만 매순간 일상의 삶에서 남의 말을 들어 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상하관계가 명확한 직장의 경우 말이 많고, 긴 상사는 직원들에겐 고통이다.

최근 회사를 옮긴 방모(38)씨는 전 직장에 다닐 때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회의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업무보고를 겸한 월요 회의는 1~2시간 안에 끝나지 않을 때가 다반사였다. 사장이 직원 전체를 모아놓고 회의를 하는데 직원들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하는 것은 고사하고 두서없는 일방적 훈계는 참기 어려웠다.

직장인들이 회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큰 이유는 일방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상사의 뜻대로 결론이 난다는 데 있다. '회의를 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어디 직장 뿐이랴. 가정도 비슷하다.

청소년 자녀를 키우는 한인 부모들 역시 자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와 훈계를 많이하다 보니 "잔소리 많은 엄마 아빠"라는 핀잔을 자녀들에게서 듣는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인 경우 경청이 없는 일방적인 대화는 건강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깨어버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문화까지 달라 일방적인 대화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돼 오해를 낳게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오랜 결혼 생활을 한 노년의 부부 관계에서도 경청은 중요하다.

최근 한 대학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990년 이후 50세 이상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데 2010년엔 이혼부부 4쌍 중 한 쌍이 5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부부의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부부상담 전문가들은 사이가 좋지 않은 시니어 부부들의 가장 큰 문제로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꼽았다. 즉 각자 할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경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청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먼저 집중력과 의지 부족을 꼽고 있다. 자신의 판단을 미리 정해놓고 남의 말을 형식적으로 듣기 때문이다.

결국 경청을 잘 하려면 상대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즉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경청은 귀로 듣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 듣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 안에 상대방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소통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기'를 새해 결심으로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