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지만 죽은 것과 같은 고통에 시달린다"

[뉴스포커스]

환자 부양에 극도의 경제적·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자기 사생활 희생 감수 '잘 보살펴야 한다' 부담감도
2030년 아시아계 치매 환자수 170% 크게 증가 예상
"여성 자녀들 더 심해…간병인 등 주변 도움 요청해야"

낸시 레이건은 자신의 남편이자 미국의 전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말년에 치매(알츠하이머병)로 고통받는 것을 지켜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천천히 분해되어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괴로움"이라고 말했다. 살아있지만 죽은 것과 같은 것이 치매환자의 현실이라면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고통은 그 이상이다.

한국 내 치매 가족의 33%가 극단적인 생각을 갖거나 심지어 실제 시행까지 해본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이를 뒷받침한다.

치매 가족들은 치매 환자 부양으로 인해 경제적·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9일 한국컨텐츠학회지 최신호 '치매노인 보호자의 부양스트레스가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정화철 경기대 사회복지대학원 박사과정)' 보고서에 따르면 주간보호센터 및 치매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치매 노인 보호자 중 자녀 및 며느리 326명 대상 설문 조사 결과 32.6%가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제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다'는 응답자가 16.3%, '최근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8.3%, '내 삶이 자살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6.7% 등이었다.

자살을 직접적으로 시도했다'는 응답도 2.1%였다.

LA 한인들이라고 이 같은 상황에서 예외가 아니다.

2015년 2월 한인타운 내 한 아파트에서 생활고로 일가족이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치매를 앓고 있던 86세의 마생유씨와 그의 아내, 그리고 아들 희창씨가 동반 자살을 한 사건으로 한인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다. 당시 54살의 희창씨는 특정한 직업이 없이 80대 노부부를 모시고 살았지만 아파트 렌트비를 제때 내지 못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것이다.

사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브라운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5년간 간병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평균 32만1000달러. 연간 6만4200달러인 셈이다. 이중 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로 지원되는 금액은 30%에 불과해 나머지 70%는 부양가족의 몫이 되고 만다.

여기에 가족들은 치매 환자를 돌봄으로써 자기 사생활을 희생해가면서 '잘 보살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가지게 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생활이 수년 지속되게 되면 환자 간호 스트레스(caregiver stress)를 겪게 된다. 특히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부양하는 여성들에게 이런 현상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웃케어 클리닉의 문상웅 정신상담사는 "치매 환자를 부양하는 여성들이 더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며 "이는 환자에 대한 의무감과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먼저 자기 혼자서 책임을 져야한다는 부담감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고 받는 것에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2030년 가주에서 치매를 앓는 아시아계 인구가 2008년(7만2075명)보다 170% 증가한 19만4266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