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미달 사태 英 육군 '고육지책'

젊은세대 공략 영상 제작
노병들 "이게 군인이냐?"

'성(性)소수자, 육체적 약골, 여성 환영, 다양한 신앙에 따른 기도 시간 보장!'

영국 육군이 10일 공개한 신병 모집 영상 내용이다.

갈수록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영국 육군이 '다양성'을 강조한 일련의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10일부터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매체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젊은 층의 다양한 취향을 최대한 소화하겠다며, 컨설팅과 제작비로 160만파운드(약 22억원)를 들였다.

이 비디오물은 "동성애자(gay)도 되나" "울어도 되나" "기도할 수 있나" "내 말을 들어주나" 등의 질문에, 모두 다 '오케이'라고 강조한다. 어떤 악조건도 견뎌내는 기존의 군대 문화는 저물고 있다는 얘기다.

닉 카터 육군참모총장은 "사회도 변했고 16~25세 '백인 젊은이'였던 전통적인 모병 풀(pool)도 축소해, 전투의 효율성을 유지하려면 더 넓은 기반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 육군은 8만2000명의 정원도 못 채워 7만75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에대해 군대를 다녀온 영국인들은 흥분한다. "적을 죽이고, 이기려고" 존재하는 군이 이런 허약한 그룹이 된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반응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에서 싸웠던 한 퇴역 육군 대령은 BBC방송에 "가장 부족한 병력은 결국 적을 쏴죽이는 '더러운 일'을 하는 보병인데, 이런 영상으로 그런 목적을 이루겠느냐"며 '말랑말랑한' 모병 영상을 한탄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금의 영국군 성격은 식민지 무장반군과 싸웠던 1960년대와도 딴판이며, 훈련 위주의 '수비대'에 가까워진지 오래됐다며 이 영상에 반대의 뜻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