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이 걷히고, 빛을 맞이하는 때" 포춘 쿠키의 운세처럼 그룹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골든디스크'에서 생애 첫 대상을 수상하며 첫 번째 빛을 맞이했다.

방탄소년단은 1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32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이하 '골든디스크')에서 음반 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4년 신인상을 시작으로 매년 본상을 수상한 데 이어 데뷔 5년여 만에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데뷔 이후 '힙합 아이돌'이란 정체성을 향해 쏟아지던 숱한 사회적 억압과 편견을 마침내 이겨내고 또 한 번 그들의 음악과 가치를 증명해낸 방탄소년단이다. 지난 한 해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낸 그들은 첫 '골든디스크' 대상으로 국내에서도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게 됐다.

이들은 앞서 10일 열린 음원 부문 시상식에서도 지난해 2월 발매한 '윙스(WINGS)' 외전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의 타이틀곡 '봄날'로 본상을 수상했다. 음원과 음반 모든 분야에서 높은 성적을 내며 고루 사랑받는 아티스트로서 면모를 입증한 것.

음반 부문 대상은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결과다. 이번 '골든디스크' 음반 대상은 2016년 12월 1일부터 2017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음원 및 음반을 대상으로 2017년 12월 말까지 판매량을 집계 80%와 전문가 심사 20%를 기준으로 선정됐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9월 발매한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는 총 149만 3443장의 판매고를 올려 최고점을 획득했다.

그룹 지오디(god) 이후 16년 만에 단일앨범 140만 장을 돌파하며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던 방탄소년단은 판매량뿐 아니라 20%의 전문가 심사 부문에서도 압도적이었다. '골든디스크' 측에 따르면 시상식 집행위원회, 음악 프로그램 PD, 라디오 PD, 음악 평론가 등 대중음악 전문가 30인으로 구성된 심사단은 방탄소년단에게 300점 만점에 최고점인 290점을 줬다.

단순한 수치를 넘어 지난 한 해 방탄소년단이 국내외를 오가며 펼쳤던 행보도 중요히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K-POP 그룹 최초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은 데 이어 '2017 아메리칸 뮤직어워드'에서 최초로 무대를 꾸미고 미국 3사 유명 토크쇼를 모두 섭렵했던 방탄소년단이었다.

세계적 DJ 스티브 아오키와 유명 래퍼 디자이너가 함께한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버전으로는 빌보드 메인 차트 중 하나인 '핫 100'에 최고 순위 28위로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고, 이는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된 13일 자 차트에서도 이름을 올리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서로를 껴안고 기쁨을 누렸고,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RM은 "어제 음원 시상식에서 포춘 쿠키를 뽑았는데 2018년 운세가 '장막이 걷히고 빛을 맞이하는 때'라고 나왔다. 소중한 대상이 우리의 첫 번째 빛이 되어준 것 같아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이홉은 "이 자리에서 큰 상을 받고 나니 2017년 이뤘던 기록들과 성과들이 실감 나는 것 같다. 막연히 받는 게 아니라 최고의 음반을 만들었고, 멋있는 음반을 만들었다고 주시는 상으로 알고 받겠다"고 담담히 말을 이어나는 모습이 뭉클함을 자아내기도.

RM의 말처럼 편견과 억압이란 장막은 긴 시간 이들을 덮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방탄소년단은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하며 이미 빛을 내고 있었고, 2017년을 지나 비로소 세상도 그들을 비추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그 빛은 더욱 밝게 빛나지 않을까.

julym@sportsseoul.com

사진ㅣ김도훈기자dic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