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주도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에 여론조사'72% 반대'등 비난 목소리 고조

[뉴스인 뉴스]

4년 고생한 남한 선수들 피해 불가피
출전기회 뺏기고 조직력에도 악영향
===================
남·북 평화및 올림픽 성공 기여 불구
개막 코앞에서 단일팀 논의는'난센스'

평창 올림픽이 정치적 간섭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논의가 그것이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적은 단일팀 논란에 평창 올림픽이 개막 20여일을 앞두고 휘청거리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대한체육회, 북한올림픽위원회와 머리를 맞대고 북한의 참가 종목과 선수단 규모, 국가·국기 사용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공동 입장 등을 포함해 북한에 여러 제안을 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13일 국내 취재진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뒤 "이미 상정된 제안이기 때문에 IOC에서 고려 중이다. 어디 한 쪽에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IOC,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등과 다 함께 논의하는 것"이라며 이를 시인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쪽은 바로 한국 정부다.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언급하며 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후 북핵 문제로 북한의 참가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김정은이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대표단 파견 및 성공 개최 기원을 표명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이희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은 그 날 북한의 참가를 환영하면서 북한이 출전할 수 있는 종목으로 여자 아이스하키를 거론했다. 결국 지난 9일 고위급 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단일팀의 효과는 남·북 선수들이 한 팀에서 숨쉬고 땀흘리며 한반도 긴장의 시대에 '평화 전령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업팀 하나 없이 평창 올림픽 하나만 보고 4년간 노력한 남측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빼앗아간다는 점에서, 몰상식한 논의라는 평가도 많다. 남측에서 적극적으로 '단일팀 구애’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중이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엔트리는 팀당 23명인데 이 중 22명이 경기마다 출전할 수 있다. 북한 선수 6~8명을 위해 엔트리를 늘리더라도 결국 경기마다 벤치에 앉아 링크를 오갈 수 있는 인원은 22명으로 한정돼 있다. 경기 중엔 골리 포함 6명의 선수들이 링크에서 싸운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이 단일팀에 포함되면 매 경기 실력이 떨어지는 북한 선수들을 명단에 넣을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 선수들은 출전 시간은 줄어드는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조직력도 크게 깨진다. 한국과 북한은 지난해 4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에서 나란히 4부리그에 속해 맞대결, 한국이 3-0으로 완승했다. 한국은 그 대회 우승으로 3부 승격했고 두 팀의 실력 차는 더욱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평창 올림픽 참가 8개국 중 가장 전력이 낮은 한국 입장에선 북한 선수들이 끼어들 경우 1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성취감 저하 차원에서도 단일팀은 '꽝'이다.

여론조사 역시 단일팀에 대한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11일 SBS가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무리하게 단일팀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가 72.2%로 '가급적 구성해야 한다'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20~30대에서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무려 82%에 달했다.

북한의 참가 자체 만으로도 남·북 평화 기여 및 평창 올림픽 성공 개최에 기여할 수 있으나 개막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터져나온 단일팀 논의는 '난센스'라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