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도 거의 잘려나가…농작물 훼손에 현지 농민 보복 가능성 제기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세계적 멸종 위기종인 오랑우탄이 인도네시아의 한 강에서 심한 고문 끝에 참수된 사체로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부 칼리만탄 주 바리토 슬라탄 리젠시(군·郡)의 한 하천에서 머리가 없는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사체가 발견됐다.

약 이틀간 물에 잠겨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체는 털이 모두 제거된 상태였으며, 두 팔이 거의 잘려나가는 등 흉기로 고문을 당한 흔적이 있었다.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이며, 인도네시아에서도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

심각한 위기종은 '야생 상태 절멸(Extinct in the Wild)'의 바로 앞 단계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랑우탄이 살해되는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오랑우탄이 팜 열매를 먹는 등 농작물을 해친다며 보이는 대로 죽이는 농민이 많은 탓이다.

칼리만탄 지역에서는 지난해에도 야생 오랑우탄 두 마리가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국제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2015년 한 보고서에서 중부 칼리만탄 주의 팜오일 농장이 오랑우탄 한 마리 당 15만 루피아(한화 약 1만2천원)의 현상금을 건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법은 오랑우탄을 죽일 경우 최장 5년의 징역과 1억 루피아(약 8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적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1973년 당시 28만8천500마리에 달했던 칼리만탄 섬(보르네오 섬)의 야생 오랑우탄은 2025년에는 4만7천 마리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팜오일과 고무나무 농장 개간 등으로 인한 열대우림 훼손이 꼽힌다.

아울러 밀렵한 오랑우탄을 애완동물 삼아 기르는 현지 관행, 농민들의 오랑우탄 사냥도 개체 수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