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맺기''좋아요'눌렀다가…혹시 나도?

[뉴스인뉴스]

트럼프 캠프 업체,이용자 정보로'정치 심리전'악용
소비성향·종교 등 맞춤형 정보, 저커버그 최대 위기

페이스북이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측과 연계된 데이터 회사에 유권자 개인 자료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시스템 오류'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19일 페이스북 주가는 장중 7% 이상 급락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정치 컨설팅업체가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여 명의 개인 정보를 유용해 '정치 심리전'을 진행한 사실이 폭로됐다. 이 컨설팅업체는 영국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 투표 때도 영국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정보를 활용해 국민투표에 영향을 끼치는 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외신들이 '사상 최악의 데이터 스캔들'로 표현한 이번 사건을 놓고 미국과 영국 의회는 각각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33)를 청문회에 출석시켜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1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의 데이터 분석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는 페이스북 측에 27만명에게 동의를 받아 성격 검사 서비스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5000만여 명의 정보가 CA 측에 넘어갔다.

CA 측은 페이스북 이용자의 '친구'목록이나 '좋아요'를 누른 항목 등 다양한 활동을 분석해, 그들의 소비 성향에서부터 관심 있는 사회 이슈, 정치·종교적 신념 등을 파악했다.

5000만여 명에 대한 성향 분석을 토대로, CA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약점을 캐는 기사나 광고를 누구에게 보낼지, 특정 유권자가 어떤 선동 문구에 반응할지, 수백만달러짜리 TV 광고를 어떻게 만들지, 트럼프가 어느 지역에서 유세를 해야 효과가 클지 등의 맞춤형 전략을 마련했다. 이런 최첨단 정치 심리전이 미 유권자 2억여 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행해졌다.

연 매출 406억달러(2017년 기준)인 페이스북의 주요 수입원은 개인 정보를 활용한 기업·기관의 '맞춤형 광고' 수익이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21억명의 이용자가 '제3자 정보 제공'에 동의한 뒤 페이스북에 가입, 내밀한 사생활을 자발적으로 올리고 '친구 맺기'와 '좋아요'를 통해 이 정보를 무한대로 공개하고 있다.

언론들은 페이스북의 이용자들이 단순히 상품 광고의 대상이 된 것을 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거대 정치 자본의 여론 조작 대상이 됐다는 점에 경악하고 있다. LA타임스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의 사업 모델 자체가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