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대북 특사단 접견한뒤 보름 넘게 두문불출, 공개활동 중단 잠행 '궁금증'

밖으로 리용호 내보내고 트럼프의 진의 파악에 부심
美'최대의 압박'에 제2의이라크 신세 걱정 가능성도

보름 넘게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잠행은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관영 매체들의 침묵과도 맞물린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과거에도 김정은은 건강 등 이유로 공개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카드를 한·미가 수용하며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김정은은 미국의 속내와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다음 수(手)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리용호 외무상을 스웨덴에 보내고,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을 핀란드에 보내 전직 미국 관리들과 접촉하게 한 것도 미국의 진의를 가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과 북 수뇌부가 비핵화, 한·미 연합 훈련 등에 대한 대(對)주민 설득 논리를 만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에 밝힌 '약속'중에는 비핵화 등 북한의 기존 선전 내용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 많다"고 했다.

또 김정은이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이 연초부터 대남 평화 공세를 편 것은 남한을 방패 삼아 '참수·코피 작전' 같은 미국의 군사 옵션을 막겠다는 의도"라며 "김정은은 정상회담 수락 후에도 '최대의 압박'을 강조하는 미국을 보며 제2의 이라크 신세를 걱정하는 듯하다"고 했다.

신문에 다르면 영국 출신의 너지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대표단장도 지난 20일 독일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내가 비핵화를 주장할 때마다 북한 인사들은 (리비아의) 카다피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종말을 상기했다"며 "그들은 매번 내게 '카다피가 핵무기를 가졌었어도 그와 같은 종말을 맞았을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김정은이 실제 핵 포기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데바 단장은 지난 3년간 북한과 14차례 비밀 대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북한의 공포감은 김정은의 동선에도 반영되고 있다. 21일 현재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11회로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역도 모두 평양에 국한됐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 1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국의 핵전쟁 도발 책동을 중지시켜 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