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마운드 운용의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정규시즌부터 4선발제, 선발투수 1+1 기용 같은 과감한 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마운드 운용'이다.

시작은 2016 포스트 시즌이었다. 당시 아메리칸 리그 우승을 차지한 클리블랜드는 좌완 필승조 앤드류 밀러의 활용폭을 극대화했다. 셋업맨으로 정규시즌을 소화했던 그는 포스트 시즌에선 이닝에 관계 없이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다. 5회에 등판해 2이닝 이상을 소화하다가도 8회에 나와 경기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클리블랜드는 밀러의 괴력투를 앞세워 아메리칸 리그 포스트 시즌에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은 클리블랜드보다 파격적이었다. 휴스턴은 선발투수 랜스 맥컬러스를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기용했다. 하이라이트는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이었다. 4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맥컬러스는 7차전 때는 6회에 등판해 9회까지 4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세이브를 올렸다. 맥컬러스는 월드시리즈에선 다시 선발투수로 돌아와 3차전과 7차전에 나섰다.

올해는 정규시즌부터 큰 폭의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단순히 투수 한 명의 보직 파괴를 넘어 시스템 전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탬파베이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치르며 4선발제로 정규시즌을 맞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탬파베이 케빈 캐시 감독은 5일 중 4일은 선발투수를 정상적으로 등판시키고 남은 1일은 불펜투수를 총동원해 시즌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선발진이 약하기 때문은 아니다. 10일짜리 DL(부상자 명단)을 최대한 이용해 마운드 운용의 폭을 넓히면 선발진과 구원진 모두 피로를 최소화하면서 162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를 수 있다고 계산한 결과다.

지난해까지 클리블랜드 투수코치로 큰 공을 세운 뉴욕 메츠 미키 캘러웨이 감독은 '선발투수 1+1'을 정규시즌에도 도입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7명에 달하는 선발투수 중 2명을 경기 중·후반에 투입할 예정이다. 맷 하비처럼 타자와 세 번째 승부에서 유독 고전하는 선발투수 뒤에 2~3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투수를 붙인다. 캘러웨이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투수의 건강과 마음이다. 선발투수가 불펜에서 나와 경기 중간에 투입되는 상황을 얼마나 편하게 느끼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타자들은 경기 후반에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른다. 선발 투수는 구종이 다양하기 때문이 이런 부분을 잘 이용할 수 있다. 5회나 6회에 나와 2~3이닝을 소화하면 구원진을 크게 아낄 수도 있다"고 하이브리드 마운드 운용의 장점을 설명했다. 켈러웨이 감독은 지난해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투수 세스 루고와 로베르토 가셀먼을 1+1 후보로 놓고 시범경기에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마운드 운용법은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 토니 라루사 감독이 집대성했다. 라루사 감독은 1980년대 후반 오클랜드를 지휘하며 5인 선발제, 9회만 전담하는 1이닝 마무리투수, 좌타자만 상대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등을 만들어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그의 마운드 운용에 물음표를 던졌지만 결과는 라루사의 완승이었다. 라루사의 이론은 30년이 넘도록 마운드 운용의 정석이 됐다. 그러나 이론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지난해 휴스턴을 지휘하며 정상에 오른 A.J. 힌치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상황에 맞게 투수들을 등판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투수가 건강을 유지하며 최상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를 원하지만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전략을 시행하기에 앞서 투수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새로운 이론도 정립된다"고 강조했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