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의 동서남북

수필가, 목사

  • 배려 넘치는 사랑

    임지석/목사·수필가학생인 제레미는 학비를 벌기 위해 한동안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그는 너무 가난해서 일터에 도시락을 싸가지 못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물로 배를 채우곤 했던 그에게 어느 날 인부 감독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내가 왜 이렇게 도시락을 많이 싸주는지 이해할 수 없구먼. 누구 나와 함께 도시락 나눠 먹을 사람 없나?" 제레미는 부끄러웠지만 감독에게 도시락을 나눠 먹겠다고 했습니다. 다음날도 감독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를 돼지로 아나? 도시락 나눠 먹을 사람 오세요."이렇게 해서 제레미는 점심을 거르지 않고 농장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농장 일을 그만둔 그는 감독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자리에 없어 할 수 없이 경리 담당 여직원에게 대신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뜻밖에도 감독의 부인은 오래 전에 죽고 없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소외된 이웃이 주변에 많아 이들을 돕는 일은 아무리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남을 도울 때 그 방법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돕고자 하는 사람의 언행에 따라서 때로는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의사는 병을 치유하기 전에 병으로 인해서 상함 받은 마음을 치료해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의 방법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해맑은 미소, 격려하는 말, 친절한 인사, 표시나지 않는 도움의 손길 등 모든 것들이 사랑을 향해서 내딛는 작은 발걸음들입니다.


  • 조급함이 벗을 죽인다

    임지석/목사·수필가 인류 역사상 광활한 땅을 정복할 수 있었던 칭기즈칸은 사냥을 나갈 때마다 매를 데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는 매를 끔찍하게 생각해 친구처럼 여기며 길렀습니다. 하루는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려 하는데 난데없이 매가 자신의 손을 쳐서 잔을 땅에 떨어뜨리는 것이었습니다. 물을 받아 마시려 할 때마다 매는 계속해서 마시지 못하게 했습니다. 칭기즈칸은 몹시 화가 나서 칼을 휘둘러서 매를 베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거짓말은 언제나 거짓말

    한국 조선시대 후기 문필가이며 시인인 정수동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여름날, 더위로 인해 서당에서 졸고 있었는데 이를 본 훈장이 불호령을 치면서 매를 들었습니다. 며칠 후 그는 공교롭게도 훈장이 조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훈장은 자신이 자는 것이 아니라 공자님께 물으러 다녀오는 길이라고 둘러댔습니다.


  • 가족, 사랑, 그리고 삶의 의미

    1941년 어느 날, 신경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은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비자가 나왔으니 찾으러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수많은 유대인들이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던 시기였기에 유대인인 그에게 있어서는 생명을 보장받는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자신과 아내에게만 비자가 나왔기에 노부모를 남기고 떠나야 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는 노부모를 남겨두고 떠날 수가 없어 미국에 가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 도끼날을 세워야 할 때

     어느 날 나무꾼 두 사람이 함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그중 젊은 나무꾼은 힘자랑하듯이 쉬지 않고 나무를 베었지만, 나이 지긋한 나무꾼은 짬짬이 쉬면서 나무를 베었습니다. 저녁이 되었을 때 옆에 쌓여있는 나무를 바라보던 젊은 나무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벤 나무가 당연히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노인이 베어놓은 나무가 훨씬 많았기 때문입니다.


  • 불평하기 전에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에 얽힌 일화입니다. 언젠가 선생은 청년들에게 강의를 한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청년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시대를 이끌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계몽이 되어서 민족을 이끌고 일깨울만한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삶의 가장 소중한 보물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한 마을이 적군에 완전히 포위당하자 적군의 장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인 남자들은 모조리 우리의 노예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특별히 생각해서 풀어줄 것이니 속히 마을을 떠나기 바란다. 여자들에게 인정을 베풀겠으니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보물을 한 개씩만 지참하고 이곳을 떠나라."


  • 권리와 의무

     워싱턴 주의 클라이드 힐이라는 마을에서 동전 던지기를 통해서 시장을 선출한 일이 있습니다. 선거 결과 두 후보의 득표 수가 같아 선관위는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항의를 하자 선거관리 위원장이 말했습니다. "이것이 어리석은 방법이라고 하지 마십시오. 한 사람만 더 투표에 참여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말에 입을 다물고 말았는데 사실 그것은 모두의 책임이었기 때문입니다.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서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각 사람은 가정에 들어가면 누군가의 자녀요 부모요 형제가 되고 가정을 벗어나면 직장, 마을, 지역, 나라에 속해 있는 구성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개인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문제들에 대해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내 자신이 배제된 가정이나 이웃이나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각자가 누릴 자유 못지 않게 책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시대적인 사명을 깨달아야 하는데,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주인의식을 가지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권리의 진정한 근원은 의무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투표나 공청회에 참여하는 것 또한 마땅히 감당할 의무요 책임입니다. 모든 사람이 처해진 환경에서 책임을 다할 때 우리 사회가 그만큼 윤택해질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 목계(木鷄)의 평정심

     주나라 선왕은 닭싸움을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선왕은 당대 최고 투계 조련사인 기성자를 불러 자신의 싸움닭을 최고의 싸움닭으로 훈련시켜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열흘이 지나 닭싸움을 할 수 있는지 묻자 한창 사납고 제 기운만 믿고 있으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열흘이 지나고 묻자 "다른 닭의 소리를 듣거나 그림자만 보아도 바로 달려드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시 열흘이 지났음에도 다른 닭을 보면 곧 눈을 흘기고 기운을 뽐내고 있으니 더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40일이 지난 어느 날 왕이 기성자를 불러 다시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제는 다른 닭이 소리를 지르고 위협해도 쉽게 동요하지 않아 마치 목계(木鷄)와 같습니다. 닭에게 있는 덕이 온전하여 다른 닭이 가까이 오지 못하고 보기만 해도 달아나 버립니다." 선왕은 비로소 싸움닭이 완성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목계란 나무로 만들어진 닭이라는 말로, 상대의 도발에도 동요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는 것을 뜻합니다. 진정한 싸움닭의 조건은 싸움을 하지 않고도 목계의 평정심만으로도 상대방을 압도하는 데 있습니다. 평소에는 별 탈 없이 지내다가도 지도자의 위치에 서면 안정을 찾지 못한 채 조급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부하 직원들이 자신을 욕하는 것은 아닌지, 동료 중에 자신을 제치고 올라오는 사람은 없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염려하며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리더는 목계와 같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의연해져야 합니다. 빨리 뛰면 쉽게 넘어지기도 합니다. 결국 삶의 현장에서 목계의 평정심은 우리의 능력이자 무기인 셈입니다.


  • 섬김의 지도자, 루스벨트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에 참전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각 지역 젊은이들이 징집영장을 받으면 큰 도시로 집결해서 밤늦게 야간열차를 타고 전쟁터로 떠났습니다. 그런 이유로 워싱턴의 기차역에 젊은이들이 몰려들 때면 시민들이 나와서 차를 대접하며 응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 중에 밤늦게까지 봉사하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차를 들고 다니며 섬기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