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30도 오르내려…어민들 "20여년만에 처음, 현실성 있는 보험개발해야"

(통영=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17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삼덕항에서 배로 10분 거리인 한 가두리양식장.

뽈락과 우럭 등 양식 중인 어류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물위로 떠올라 있었다.

이달들어 계속되는 폭염 탓에 가두리양식장 바닷물 수온이 섭씨 영상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면서 이번주 초부터 어류의 집단 폐사가 시작됐다.

일꾼들이 양식장 그물을 들어올리자 이미 폐사해 바닷물 깊이 들어가 있던 물고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부패해 살점이 떨어져 나간 물고기들이 양식장 표면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일꾼들은 삽으로 폐사 어류들을 퍼내 양동이에 담아 배에 싣고 육지로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폐사량이 워낙 많아 일손이 달렸다.

횟감으로 인기를 모으는 뽈락과 우럭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출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그에 따른 바닷물 수온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속절없이 폐사되기 시작했다.

20여cm에 달할 정도로 잘 자란 뽈락과 우럭에서 나오는 기름기가 가두리 양식장 표면을 덮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고기들도 바닷속에서 힘겹게 헤엄을 치면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양식어민들은 매년 적조에 따른 어류 집단폐사 경험은 겪었지만 올해처럼 폭염에 따른 어류 집단폐사는 근래에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양식장 관계자는 "양식업 20여년만에 폭염 때문에 집단폐사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다음달부터 출하를 해야 하는 데 모든 게 허사가 됐다"고 말했다.

통영시 조사에 따르면 산양읍 앞바다 수온은 다른 해역보다 늘 높은 편이다.

그런 탓인지 이달들어 산양읍 앞바다 수온은 영상 28도에서 30도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양식어류가 보통 영상 22~24도 사이에서 잘 성장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산양읍 앞바다 수온이 얼마나 높은 상태인지 알 수 있다.

지금의 수온은 어류가 단 몇시간도 살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양식업자들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폐사를 최대한 막기 위해 먹이 공급을 줄이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허사였다.

시 조사에 따르면 이달들어 이날까지 피해신고가 접수된 어류 폐사는 모두 11건에 금액으로는 3억4천여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폐사한 어류들이 바닷속 깊이 가라앉아 있어 이들까지 떠오를 경우 피해 금액은 크게 늘 수 있다는 게 양식업자들 주장이다.

폭염이 당장 누그러지지 않는다면 추가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영에서는 현재 500어가가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폭염에 따른 양식장 어류 집단 폐사는 인근 거제와 고성 등 경남 남해안 일대 다른 양식장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나 아직은 피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폐사 현장을 찾은 통영양식업협회 이은수(50) 회장은 "바닷물 수온이 30도를 웃돌아 말 그대로 어류가 익고 있는 상태"라며 "비라도 내려주면 수온이 낮아져 피해가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폭염에 따른 어류 집단 폐사는 양식업에 종사한지 2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양식어민들은 이런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인 만큼 정부가 현실성 있는 보혐상품 개발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