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마라토너와 18개월 개 '고비'…입양 전 한때 헤어졌다가 재회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중국 내 고비사막 지역에서 열린 울트라 마라톤에 참여했던 호주인 마라토너와 길을 잃은 작은 개의 우정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Gobi March 2016)에 참가한 영국 거주 호주인 마라토너 디온 레너드(41)는 대회 초반 갑자기 나타난 개 한 마리를 만났다.

레너드는 이 개가 '조금 따라오다 말겠지' 하고 달렸지만 개는 계속 따라왔고 이날 하루 예정 구간인 25 마일(약 40㎞) 내내 함께 달렸다.

결국, 둘은 산과 사막을 달리는 대회 전체 250㎞ 코스 중 대회 초반 125㎞를 함께 달렸다. 그 며칠 동안 함께 먹고 잠 자고 강을 건넜다.

이 사이에 이 개의 이름은 고비사막을 따 '고비'로 붙여졌다.

그러나 사막의 날씨가 최고 52도까지 오르면서 대회 주최 측은 약 18개월 가량 된 고비가 계속 달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 결승점에 데려다 놓기로 결정했다.

레너드는 "결승점 부근에서 고비가 나를 보고 달려올 때는 깜짝 놀랐다"며 "나를 따르는 조그만 개 이상의 어떤 것을 느꼈다"라고 언론에 말했다.

레너드는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해 고비를 자신이 거주하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데려가기로 했다.

레너드는 검역절차 등에 예상외로 큰돈이 필요하자, SNS에 도움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고 둘의 사연은 언론에 소개되면서 세계 각지에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큰 위기가 찾아왔다. 레너드가 입양 절차를 밟기 위해 영국에 다녀오려고 떠나 있는 동안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의 친구에게 맡긴 고비가 지난 6일 돌연 사라진 것이다.

레너드는 우루무치 지역으로 돌아와 지난 20일부터 본격적으로 고비를 찾아 나섰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단 1만5천장을 뿌리고 많은 포스터를 붙였으며 SNS도 이용했다.

중국에 있는 그의 친구들도 1만 위안(약 17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면서 지원했다.

결국 레너드와 고비는 나흘만인 지난 24일 본래 사라진 곳에서 약 2㎞ 떨어진 곳에서 극적으로 재회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고비 찾기 페이지 '고비를 집으로'(Bring Gobi Home)에는 25일 "고비가 발견됐다.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글과 함께 둘이 꼭 붙어 있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많은 중국인도 SNS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마치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반가움을 표시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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