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장기적으로 가계부채 위험성
한은은 금리정책 고민 커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나섰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와이오밍 주(州)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회의에서 "견고한 고용시장과 미국 경제전망 개선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2차례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앞으로 미국의 고용지표 등이 좋게 나오면 연준이 연 0.25∼0.50%인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의 통화정책과 환율뿐 아니라 수출 등 실물경제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런 발언 만으로도 당장 국내 금융시장이 반응을 나타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3원 상승한 1,1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주식시장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 흔들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5.15포인트(0.25%) 내린 2,032.35에 장을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16.85포인트(2.48%) 하락한 663.58에 폐장했다.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채권, 주식 등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 9개월 연속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다.

이 기간에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266억 달러(약 30조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경제의 불안을 키움으로써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월별 수출액은 작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한국 경제의 시름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우리나라 수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내 금리 정책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내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미국과 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외국인 자본의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효과도 약해진다.

하반기에 국내 경기가 심각하게 나빠져도 기준금리 조정을 통한 처방을 내리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올해 6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시중은행의 금리 하락세도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96%,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1.32%로 각각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국내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단하기 어렵다.

저금리 장기화는 시중 유동성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가계부채를 증가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워진 여건은 가계부채 총량만 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의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저소득층,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대출이 부실화되고 자칫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한은도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대내외 충격 등에 따른 금리 상승이나 주택가격 하락 시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