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연합뉴스) 임상현 류성무 손대성 김선형 기자 = 21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들이닥친 규모 3.5 여진에 경북 경주와 인근 지역 주민은 다시 공포에 떨었다.

'이제는 좀 잠잠해지겠지'라며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르려던 주민은 느닷없이 땅과 건물이 흔들리자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오는 것이 아닐까"라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 2일 전 진앙과 1.2㎞ 떨어져

21일 오전 11시 53분 발생한 규모 3.5 여진 진앙은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 1069번지다.

지난 19일 규모 4.5 여진이 발생한 덕천리 산 99-6번지에서 북쪽으로 1.2㎞ 떨어진 곳이다.

◇ 학교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

지난 12일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뒤 19일 규모 4.5에 이어 이날 다시 여진이 일어났다.

지난 지진보다 다소 약하지만,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진동을 느낀 주민은 점심을 먹으러 가려다가 말고 놀라서 허둥지둥 움직였다.

지진이 나자 경주 불국사초등학교 교사와 학생 300명은 즉시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이 학교는 점심시간이지만 급식실에 가는 일이 불안하다고 판단해 운동장에서 배식해 아이들은 밥을 먹도록 했다.

5학년 학생 이장호 군은 "자주 겪었지만 익숙하지 않고 깜짝 놀랐다"며 "비명을 지르는 친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주지역에 있는 다른 학교도 학생들을 우선 운동장으로 대피하도록 했다.

경주 주민 이소순(82)씨는 "우르르 우르르 세 번 울리고 재난 대피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또 이우순(76)씨는 "가다가도 땅에 주저앉게 된다"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동쪽으로 600m 거리에 KTX 철로가 지나고, 북서쪽 6.3㎞ 거리에 신경주역이 있다.

동쪽 1.4㎞ 지점에는 경부고속도로가 있다.

12일 규모 5.8 본진 진앙 내남면 화곡리 산 293.3에서는 남남서쪽으로 6.3㎞ 떨어져 있다.

◇ 진앙 덕천리 주민 "노이로제 걸릴 정도"

진앙 주민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날 여진 진앙은 지난 19일 규모 4.5 여진이 발생한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다.

덕천1리 이근열(64) 이장은 계속되는 지진에 노이로제가 걸리다시피 했다.

이씨는 "규모 3.5 그러면 작은 지진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며 "마당에 있다가 비교적 짧았지만 분명하게 강한 진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첫 지진이 일어나고 마을 주민 모두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지난밤에도 잠시 눈을 붙이다가도 지진 같은 느낌만 들면 마당으로 뛰어나가기를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 마을에는 80여 가구, 16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대부분 70∼80대 고령이고 일부는 거동이 불편해 강진이 와도 대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마을은 회관이 지난해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아 마땅히 대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는 곳도 없다.

잇단 지진으로 금이 가거나 부서진 집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이근열 이장은 "마을 건물이 다수가 금이 갔는데 잇단 여진으로 틈이 더 벌어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 시간이 문제이지 무너질 수도 있다"며 "오늘도 지진이 난 뒤 마을 어르신들 상황이 어떤지 살펴봤지만, 마음만 초조할 뿐 어떤 방법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 직장인 점심시간 화두는 지진

직장인이 삼삼오오 모인 식당에서도 지진 얘기가 단연 화두였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인근 식당으로 가던 포항시 공무원과 시민은 갑자기 땅이 흔들리자 "또 지진이다"며 한동안 식당 안팎에서 불안에 떨었다.

대구 한 50대 직장인은 "그렇게 멀지 않은 경주에서 여진이 계속 난다고 하니 불안한 마음에 계속 관련 기사를 들여다보게 된다"며 "다들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지진 얘기만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도 "밥을 먹으려고 앉아 있는데 국민안전처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며 "동시에 문자메시지가 오니 다들 자신이나 주변인이 겪은 지진 얘기를 하며 불안하다는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 문화재 추가피해 신고 없어

경주시는 여진이 난 뒤 문화재 추가피해 신고는 들어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경북도에서 경주 문화재 피해를 상시 점검하는데 아직 별다른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앞서 지진보다 여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큰 피해가 우려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주와 주변 문화재는 잇따르는 강한 여진으로 몹시 취약한 상황에 있다.

지난 19일 오후 4.5 규모 여진이 발생한 뒤 이렇다 할 피해 신고는 없었으나 이튿날 문화재청이 경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문화재 피해 21건을 추가로 확인했다.

◇ 한수원 "원전은 영향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여진에 경주 월성원전을 비롯한 국내 원자력발전소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또 "원전이 안전운전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진으로 월성원전 2∼4호기에서만 지진감지기가 동작(측정값 0.01753g)했다.

측정값이 0.1g이면 수동 정지한다.

월성원전 1∼4호기는 지난 12일 규모 5.8 강진이 발생한 뒤 수동으로 정지했다.

◇ 대지진 막연한 괴소문 나돌아

경주 한 주민은 "이달 말에 대지진이 온다는 괴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임신부나 노약자 등 당분간 다른 도시 친인척 집으로 피신하는 주민이 있다.

한 경주시민은 "이웃에 사는 할머니가 당분간 서울에 있는 아들네 집에 있겠다며 갔다"고 말했다.

경북도소방본부에는 지진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번 여진이 발생하고 6분이 지난 11시 59분 경주시민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구 등 인근 지역 주민에게는 10분이 지난 낮 12시 3분에야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한 경주시민은 "느려 터진 국민안전처의 문자메시지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다들 진동을 느끼면 스스로 움직이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