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학위취득 한국출신 박사들

  韓 열악한 처우·유치 전략 부재 'NO 인재 U턴'
"2등 시민이면 어떤가, 미국 시민권 취득하겠다" 
 해외로 떠나는 한국 이공계 박사급도 1.7배나 ↑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공계 전공 한인들은 한국에 돌아가기 보다는 미국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위 인재의 '한국 U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0일 매일경제가 미국과학재단(NSF)의 '2016년 과학엔지니어링 지표'의 분석 결과를 인용하면서 2010~2013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인 이공계 전공자 4683명 가운데 한국으로 '유턴'하겠다는 비율이 전체 3분의 1에 불과한 반면 미국 체류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가 65.1%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계열별로 보면 생물학 전공자의 86.2%가 '미국에 남겠다'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고, 물리학(69.6%), 수학(68.2%) 등 기초학문 전공자의 잔류비율도 평균치를 넘었다. 

 신문은 삼성장학금, 국비유학생 등 화려한 경력으로 미국 S대학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딴 A씨를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A씨는 "한국에 돌아가면 가족들과 생이별해야 할 판입니다. 대학엔 자리가 없고 기업 연구소는 다 지방에 있는데 어떻게 돌아갑니까. 차라리 미국 방산업체에 취직해서 시민권이라도 따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있다고 하지만 이등 시민이면 어떻습니까." A씨에게 서울 시내 교수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마저도 뒷구멍으로 기부금을 요구했다. 그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연구소의 채용설명회도 쫓아다녀 봤지만 지방 근무여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선 귀국 즉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기 때문에 포기했다.

 국가경쟁력 제고에 우수 인재 확보가 필수 요건이지만 이공계 인력 유치를 위한 전략 부재, 투자 부족,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로 인해 '두뇌유출(Brain Drain)'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연일 이공계 인력 우대와 창의성을 외치지만 말의 성찬뿐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이공계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15년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취업으로 한국을 떠난 이공계 인력은 2003년 1만2312명에서 2013년 1만8360명으로 50% 급증했다. 특히 한국을 떠난 박사학위자 비율은 같은 기간 3302명에서 8931명으로 1.7배나 늘었다. 

 우수한 두뇌들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는 이유로는 연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근무여건이 지목됐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지난 7월 이공계 박사 1005명을 대상으로 '두뇌유출이 심화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나친 단기 실적주의와 연구 독립성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9%로 가장 많았다. 한국내 일자리 부족(41%), 선진국보다 열악한 처우(33%), 연구비 부족(17%)에 대한 지적이 뒤를 이었다. 

美 대학조교수 8만달러
韓  국립대교수 4천만원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해외 대학의 조교수로 임명되면 적게는 8만~9만달러(약 9000만~1억원)를 초임 연봉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내 대학 교수는 1년 차 연봉이 국립대의 경우 약 4000만원(수당 별도), 사립대는 6000만원 수준이다. 보통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한국에 오는 시점이 30대 중·후반인데, 몇 년만 지나 40대가 되면 자녀 교육을 위해 살인적인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외국행을 선택하게 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