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권만 있으면 "절대 안걸린다"

[뉴스분석]

출입국시 동일인 여부 파악안돼 양육수당 무임승차
기초연금·장애인연금도 사각지대, 복지부 속수무책 

 #한국 대기업의 미국 주재원으로 2년 전 미국에 건너와 남편, 2·4살 두 자녀와 함께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신모(39·여)씨는 매달 한국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지만, 한국정부로부터 단 한푼의 자녀 양육수당도 받지 못한다. 올해부터 한국정부는 90일 이상 해외장기거주 재외국민에 대해서 양육수당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LA에 거주하는 김모(43·여)씨의 자녀(2세)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다. 주기적으로 자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김씨는 출입국시 자녀의 여권으로 미국 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양육수당을 받기 위해서다. 미국 여권으로 방문할 경우 양육수당 지급이 거절되는 이중국적자인지, 해외장기거주(90일) 대상자에 포함되는지 등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김씨의 사례와 같이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이중국적자 자녀의 양육수당 수급을 위한 일부 미주 한인들의 '꼼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부는 올해부터 미국 등 외국에 90일 이상 거주할 경우 양육수당 지급을 중단했는데, 일부 이중국적자들이 이중국적은 의무신고가 아니라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영유아 양육비 등 복지혜택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복지부는 0~5세 아이를 둔 가정에 대해 재외국민을 포함해 일괄적으로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국민세금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 9월, 90일 이상 해외에 거주할 경우 양육수당 지급을 거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해외 장기거주 재외국민들은 양육수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 같은 방안에 이중국적를 가진 일부 해외 장기거주자들을 중심으로 양육수당을 받기 위한 꼼수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한국과 미국 등의 국적을 가진 A씨가 한국 여권이 아닌 미국 여권을 통해 출입국하게 되면 현 출입국 시스템상 동일인인지 파악이 불가능해 A씨는 한국 단일 국민으로 한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때문에 A씨는 이중국적 신분으로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더라도, 한국에 머무는 것으로 분류돼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재원 비자를 가진 해외 장기거주자들은 매달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지만 단 한푼의 양육수당도 받지 못하는 반면, 세금한푼 내지 않는 이중국적자들은 수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단 양육수당 뿐만이 아니다. 이중 국적자들은 해외 여권 방문 등의 꼼수를 활용하면 한국의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등 복지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내용을 알고 해외 여권과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합해 시스템화시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지만 출입국관리 등에 대한 개정안을 미루고 있는 법무부의 비협조로 대책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