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받아내도, 한국에선 인정안돼"

[뉴스포커스]

 자식교육 때문에 떨어져 사는 부부 갈등 케이스 빈발
"남편에 통보않고 받은 미국 판결 한국 소송법에 위배"

  미국에 나와 자식과 생활하고 있는 '기러기 부인'은 한국에 있는 남편 몰래 미국에서 이혼판결을 받아내고 그 판결은 한국법원에서도 인정될까.

 자식 교육을 위해 남편을 한국에 둔 채 10년 전 아들과 함께 미국에 건너와 '기러기 부부'로 살고 있는 결혼 20년차 주부 김모씨는 최근 이 같은 고민에 빠졌다.

 한국에 홀로 남아 있는 남편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며 김씨와 아들의 생활비와 교육비를 부쳐주고, 1년에 두어번 정도 미국에 와서 며칠간 같이 지내다가 돌아가곤 한다. 미국에 온 후 아들도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 후부터 남편은 김씨에게 그만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하지만 김씨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실제 기러기 부부생활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결혼 초부터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2년 전 남편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 일로 남편과 갈등을 빚다 크게 싸워 그 이후부터는 남편과 전화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됐다. 고민 끝에 남편에게 이혼 요구를 했지만 남편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혼을 당하느냐'면서 절대 이혼은 하지않겠다고 거부했다.

 이 일로 고민에 빠진 김씨는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미국법원에서 이혼판결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과연 이처럼 남편 몰래 김씨는 혼자 미국법원에서 이혼을 하고 한국법원으로도 이혼 인정을 받을 수 있나 싶어 한국내 이혼 전문 변화사에게 문의했다. 

 변호사의 답변은 미국법원의 이혼판결은 한국에서 효력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 판결의 효력이 한국에서 인정되려면 그 판결이 한국의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조건에 맞아야 하는데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미국에서 받은 이혼판결은 이 조건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 민사소송법은 외국 법원의 판결을 한국에서 승인하는 조건으로 재판관할권, 소송서류송달 혹은 응소,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 상호보증 등 4가지를 들고 있는데, 그 중 외국법원의 이혼판결과 관련해서 주로 문제되는 부분이 외국법원의 재판관할권과 소송서류송달이다. 

 지인이 김씨에게 권하는 이혼판결 절차는 소송서류에 남편의 주소를 가짜로 적거나 남편이 행방불명이라고 써서 남편이 소송서류를 못 받은 상태에서 이혼판결을 받는 절차를 말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받은 외국의 이혼판결을 한국의 법원은 기존 판례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이혼 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 피고의 주소지가 있는 국가의 법원이 재판관할권이 있기 때문에 미국법원은 한국에 주소가 있는 피고에 대한 이혼소송의 재판관할권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재판할 경우 피고가 소송서류를 못 받은 상태에서 판결이 나 소송서류가 피고에게 송달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에도 어긋난다는것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결국 이혼소송을 당한 사람이 소송당한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에서 몰래 받은 판결은 한국에서는 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