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뜻은'언덕'…'부당하게 권력 독차지'로 변질

 최순실씨의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관련 보도로 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농단'(壟斷). 한자말이라 어렵다. 나쁜 뜻으로 쓰는 말인 줄은 알겠는데 의미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농단'의 본뜻은 '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을 일컫는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이익이나 권력 등을 부당하게 또는 과도하게 독차지하거나 휘두르는 상황을 가리킬 때 부정적인 의미로 '농단'이란 말을 사용한다. 

 원래 '농단'은 맹자의 '공손추(公孫丑)'에 나오는 말이다. 옛날 한 상인이 시장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높은 언덕'(농단)에 장사 터를 잡았다. 그곳에서 그는 시장에 어떤 물건이 많이 나오고 적게 나왔는지를 조사했다. 그는 시장 상황을 잘 살펴 시장에 부족한 물건을 미리 사들였다가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했다. 그는 언제나 '농단'을 독차지하고 물건을 팔아 큰 이득을 독점했다. 그때부터 '농단'에 거래를 좌지우지하여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뜻이 생겼다.

 사는 게 팍팍해서일까. 오늘날 '농단'은 '언덕'이란 본뜻보단 '국정을 농단한다'처럼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른다는 의미로 더 자주 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