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집도의 입원 지시 신씨가 어겨…실형은 지나치게 무겁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가수 고(故) 신해철씨 사망 열흘 전에 위장 수술을 집도했던 S병원전 원장 강모(46)씨가 1심에서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이상윤 부장판사)는 25일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생명을 잃게 하는 중한 결과를 발생시켰으나, 실형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된다"며 강씨에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씨에게 위장관유착박리술을 실시하면서 심낭 천공을 발생시킨 바가 없고 수술에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씨가 고열이 발생하는 초음파절삭기를 이용해 신씨 장기를 수술한 후부터 신씨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점, 강씨가 신씨에게 복막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이어서 "피고인은 설령 자신의 수술로 신씨 심낭에 천공이 생겼더라도 이는 신씨의 사망과 직접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소장의 내용물이 천공을 타고 흘러 복강과 심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다발성장기부전이 일어난 것"이라고 강씨의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수술 3일 후 신씨가 통증을 호소할 때 피고인은 복막염 가능성을 적극 진단하고 조치를 취한 다음 신씨를 강제 입원시켰어야 했다"면서 "적절한 조치를 내리지 못해 결국 한 사람이 생명을 잃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씨가 입원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퇴원한 것 역시 그의 사망 원인의 하나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에게 실형까지 선고해서 구금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강씨가 신씨 사건과 관련해 의료기록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업무상비밀누설 및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사망한 환자의 의료기록 유출은 법리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신씨 사망 2주기를 앞둔 지난달 24일 강씨에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날 검은색 코트에 회색 목도리를 두르고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법정에 선 강씨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법원을 빠져나가면서 "유족분들께 죄송하다. 반성하며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수술에 과실이 있었다고 판결 내린 것에 대해 강씨는 "고인에게 당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는데 제 능력이 안 됐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신씨 아내 윤원희씨는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 앞에서 "오늘 결과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크게 있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하지만 다행스러웠던 것은 피해자가 연예인이어서 이렇게 재판이라도 할 수 있었던 점"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피고인에게 의료 피해가 있는 환자나 가족분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분들뿐 아니라 다른 의료사고로 힘든 피해자분들께 조금이나마 이 케이스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서 "형량 부분에서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면서 "오늘의 결과가 나온 원인이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 잘 검토해서 항소심 법원이나 검찰에 의견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2014년 10월17일 송파구 S병원 원장일 당시 신씨에게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술과 위 축소 수술을 집도했다가 심낭 천공을 유발해 그를 열흘 후 사망하게 만든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로 기소됐다.

신씨는 수술을 받은 후 복막염·패혈증 등 이상 징후를 보이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다가, 같은 달 22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으나 27일 오후 8시 19분께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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