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공사 현장 함께 누비며 호흡 맞춰…끈끈한 우애 자랑 
공사비 줄이려 카고 크레인에 매단 바스켓서 작업하다 참변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안타깝습니다. 언제나 현장에서 형제들끼리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12일 오후 카고 크레인에 매달아 놓은 바스켓이 8m 아래 바닥으로 추락, 일하던 3형제를 비롯해 인부 4명 중 두 형제가 숨지고, 둘째와 동료 인부 등 2명이 크게 다쳤다는 날벼락 같은 사고 소식을 접한 동료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무엇보다 평생을 함께 하며 전국 공사 현장을 누비면서 남다른 우애를 과시하던 '의좋은 3형제'의 참변에 동료의 안타까움이 더했다.

서울이 고향인 3형제는 주로 공사 현장에서 외벽에 패널을 마감하는 작업을 해왔다.

외삼촌의 소개로 일을 시작해 20여년간 함께 일해온 사이여서 완벽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형제였다.

전국의 모 대형마트 절반은 3형제의 손길이 묻어있다는 동료의 말처럼 이들은 어디를 가나 항상 함께였다.

사고로 숨진 큰 형 A(53)씨는 3형제 가운데 유일하게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3형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A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늦둥이 딸과 아내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떠나 주변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다.

A씨와 함께 숨을 거둔 막내 B(48)씨는 형들을 항상 챙기는 살림꾼이었다.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 꼼꼼한 성격 덕분에 형들을 대신해 일당을 챙기고 배분하는 역할을 도맡아 해왔다.

형과 동생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한 둘째 C(49)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기가 안 좋아 벌이가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도 누가 더 많이 가져갈지를 놓고 다툼 한 번 없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형제들을 기억했다.

3형제와 수십 년간 공사 현장에서 함께 일했다는 한 동료는 "형제들끼리 재산 싸움을 벌이고 서로 소송까지 하며 평생 남처럼 지낸다는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형제들이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애가 두터웠다"고 말했다.

비보를 접하고 인천에서 급하게 차를 타고 청주까지 내려온 3형제의 부모는 말없이 한참을 울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차디찬 영안실에 싸늘하게 식은 남편의 시신을 확인한 A씨의 아내 역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3형제의 아버지는 사고 충격으로 제대로 말도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형제의 동료는 "내 마음도 이렇게 찢어지는 데 한꺼번에 아들 2명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입장은 오죽하겠냐"라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면서 "어쩌다가 3형제가 동시에 크레인에 올라가 사고를 당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오후 1시 29분께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공장 2층 건물에서 카고 크레인에 바스켓을 매달고 올라가 작업 중이던 인부 4명이 추락, 3형제 중 2명이 숨지고 2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현장 조사에 나선 청주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카고 크레인에 임의로 바스켓을 매달고 작업을 하다가 뒤집히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동료들을 상대로 사고 경위와 변을 당한 작업자들이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vodca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