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난주에 발생한 대한항공 기내 난동 사건의 여파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팝가수가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과 항공사와 승무원에 대한 비난 때문일까? 아직도 온라인에선 댓글들이 난무한다. 

그동안'기내 난동'은 수없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악성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 아들인 '강남 금수저' 임모씨는 술에 취해 거의 2시간 넘도록 행패를 부렸다. 옆좌석 승객 얼굴을 때리고, 승무원 2명과 정비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는가 하면 정강이를 걷어차기까지 했다. 기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건은 하마터면 아무도 모른 채 묻힐 뻔했으나 팝 가수 리차드 막스와 그의 아내가 SNS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결국 승객들이 힘을 합쳐 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적극 나섰던  막스는 페이스북에 '미숙하고' '훈련받지 못한' 승무원들이 난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 '30대 한국인'의 기내 난동은 전세계에 알려져 비웃음을 샀다. 유튜브 인기 동영상 1위에 오를 정도였다. 한순간에 나라 망신이 돼 버렸다.

 폭언이나 성희롱 등을 포함한 기내 난동은 한국에서 낯설지 않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2013년 '포스코 상무 라면 갑질'을 비롯해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땅콩 회항', 2015년 가수 바비 킴의 승무원 추행 및 난동 등 열손가락으로 헤아리기 힘들만큼 등장한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했다. 국격은 땅에 떨어지고, 대한민국 항공기는 사이코 하나 제지하지 못하는 '보안 낙제 등급' 항공사로 낙인찍히게 생겼다.

 최근 한국인이라는 게 낯뜨거워지는 것은 기내 난동 사건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엔 칠레에서 한국 외교관이 현지 청소년을 성추행 하는 장면이 칠레의 시사고발 TV프로그램 방송에 나갔다. 

 박모 참사관이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현지 여학생을 성추행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방송을 타면서 방송을 보는 현지 한인들을 경악케 했고, 칠레 국민들까지 이 후안무치한 외교관에 대해 격하게 항의하고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한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신분이 '국가의 얼굴'이라고 하는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엄중하다. 가뜩이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들의 수치심은 극에 달하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조롱거리 신세가 된 가운데 자꾸 엉뚱한 '어글리 코리안'(Ugly Korean)까지 돌출하고 있다. 잘못하다 '그 대통령에 그 국민'이란 비아냥을 듣게되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