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체 '건강 정보' 등 부실 제공, 결혼중개업자 9명 검거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경기도에 사는 A(40)씨는 2014년 4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국제결혼중개업체를 찾았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중개업체 대표 윤모(58)씨가 20대 초반 여성 20여 명의 사진을 늘어놓고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고르면 된다. 누구를 택하든 100% 결혼이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불혹의 나이, 결혼이 간절했던 A씨는 곧바로 한 여성을 선택하고 중개 수수료로 1천500만원을 낸 뒤 베트남으로 갔다.

베트남 현지에 있는 에이전시를 통해 상대 여성과 그 가족을 만나 인사하고 결혼을 하는 데에는 고작 하루만 소요됐다.

5박 6일간 베트남에서 신혼여행까지 한 A씨는 신혼의 단꿈에 젖어들었다.

그러나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귀국한 A씨는 성병에 걸려 비뇨기과 치료를 받게 됐다.

업체가 A씨 아내의 건강상태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탓이 컸다. 결혼 상대자의 건강상태 체크는 에이전시 측이 "어디 아픈 곳 없죠?"라고 묻는 게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혼인신고를 마친 A씨 아내는 한 달도 되지 않아 가출해 지금껏 돌아오지 않고 있다.

A씨는 경찰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돈은 돈대로 잃고, 건강마저 해쳤다"며 "더는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윤씨 등 7개 국제결혼중개업체 9명을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윤씨 등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29건의 국제결혼을 중개하면서 A씨 등에게 결혼 상대방의 건강상태, 혼인경력, 직업 등 신상 정보와 관련된 공증서류를 제공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처럼 아내의 가출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본 사람은 10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아내가 하체 중증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결혼했다가 하반신 마비가 온 아내를 뒷바라지하는 남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결혼 4개월 만에 '척수경막의 혈종'으로 진단을 받고 장애를 갖게 된 아내의 병원비로만 2천만원 이상을 썼다.

다른 피해자들은 아내의 가출로 인해 홀로 남겨지게 됐다.

경찰은 한국소비자원 등에 접수된 국제결혼 피해사례를 모아 수사한 끝에 윤씨 등을 모두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외국인 여성의 정확한 건강상태 확인 없이 현지에서 급조한 여성 여러 명을 소개해주고 한 명을 선택하게 하는 일명 '초이스식' 맞선을 주선했다"며 "외국인 여성들은 혼인 의사 없이 국내 취업을 목적으로 결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아내의 가출로 인해 결혼이 파탄에 이르렀는데도 호적에는 결혼 이력이 남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윤씨 등이 운영하는 업체가 평균 중개 수수료로 1천만∼1천500만 원을 받으면서도 대부분 수입금을 누락해 세무신고한 정황을 포착, 포탈한 세금에 대해 추징할 계획이다.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