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결심한 18세 수학영재 아들에게… 

[뉴스인뉴스]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참가 리정열군 작년 홍콩서'홀로 탈북'
공항가서 한국 항공사 찾아 "난 북한 사람, 서울 가고 싶다"
한국와서 수학 경시대회 우승 기염, 다음 달 대학 입학 예정

 "홍콩 국제공항으로 빨리 가주세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주룽(九龍)반도에 있는 홍콩과기대 기숙사를 빠져나온 북한 학생 리정열(당시 18세)군이 급하게 택시에 올라탔다. "공항으로 가자"고는 했지만 정작 그에게는 여권도, 그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공항에 가면 한국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작년 7월 홍콩서 열린 제57회 수학올림피아드에 북한 대표로 참가했다가 한국으로'나홀로 탈북'을 감행한 과정을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리군의 탈북 과정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체에 따르면 공항 청사로 들어가 무작정 한국인을 찾던 리군의 눈에 한국 항공사 카운터가 들어왔다. 그곳으로 다가선 리군은 "북한 사람이다.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카운터 책임자가 뛰어나와 현지 한국 총영사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리군과 연결된 영사관 관계자는 "스스로 택시를 타고 한국 총영사관으로 와 달라"고 말했다. 외교관은 탈북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리군을 데리러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리군은 홍콩 도심 쪽으로 온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다시 택시에 올라탔다. 공항에서 한국 총영사관으로 가는 40여분이 인생에서 가장 길고 두려운 여정이었다.

 리군은 북한 대표단 중 수학올림피아드 출전 경험이 가장 많았다. 2014년, 2015년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연속 은메달을 땄다. 그는 세 번의 대회에서 만난 한국 학생들을 통해 남북의 차이를 알게 됐다고 한다. 북한 강원도 리군의 집에서는 휴전선을 넘어온 한국 TV와 라디오 전파도 잡혔다. 남한의 자유에 대한 동경이 점점 커졌다.

 고3이었던 리군은 홍콩 대회가 마지막 탈북 기회라고 생각했다. 홍콩으로 떠나기 전 리군은 탈북 결심을 아버지에게 털어놨다. 중학교 수학 교사였던 아버지는 아들의 계획을 말리지 않고, "우리 걱정은 하지 마라"며 오히려 미화 200달러쯤 되는 돈을 손에 쥐여줬다.

 홍콩에 온 리군은 인솔 교사의 감시를 받았다. 그러나 대회 폐막 다음 날인 17일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이후 무모할 만큼 용감한 계획을 실행한 것이다.

 리군은 한국 영사관에 도착한 이후 처음 한 달은 거의 말을 안 했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영사관이 준비한 게임기와 러닝머신으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두 달 만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SCMP는 "리군이 다음 달 한국의 한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고 전했다. 망명 당시 한국에서 수학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던 리군은 최근 국내 수학 경시대회에서 우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