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타이머 김태준 자서전 '코메리칸의 부모님 전상서'


 맨손으로 미국땅을 밟아 눈물로 얼룩진 빵을 먹으며 고단한 이민생활을 이겨낸 한인 1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한권의 책이 나왔다. 남가주 올드 타이머인 김태준(82)씨의 '코메리칸의 부모님 전상서'다. 이 책은 38살에 미국에 건너와 갖은 고생 끝에 성공적인 삶을 일궈 낸 저자의 자서전이자 한편의 드라마틱한 중편소설이기도 하다.

 ▶1930~40년대 세대 삶의 반추

  '부모님 살아 생전에 잘해드리자.' 책을 덮고 드는 강렬한 생각 하나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젊은 시절과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한 회고록"이라는 저자의 설명대로 이 책은 1930~4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지나온 삶을 반추하게끔 한다. 특히 미국 이민으로 인해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지 못하고 결국 임종도 지키지 못한 자식으로서의 슬픔과 한맺힘은 이민자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지난 45년의 미국생활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책이라는 형식을 빌어 사죄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에게 진솔하게 고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다른 이민자 이야기와는 다르게 저자가 기억하고 전해들었던 부모님의 시대, 즉 일제시대부터 그 전개가 시작된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영화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접했던 당시의 농촌 모습을 자세히 전하는 전반부는 마치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생생하고 흥미롭다.

 ▶어중간한 미국행, 그리고 성공

 가난 속에서도 경남고(55년 졸업)와 서울대 사범대(59년 입학)를 거쳐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다 돌연 두살과 네살난 딸들을 처가에 맡겨 둔 채 미국 이민길을 택해야 했던 저자는 주유소 종업원 시절, 불법체류자로서의 불안한 생활, 주유소 인수, 그리고 극적인 영주권 취득 후 우여곡절끝에 딸들과의 상봉 등 45년 동안 쉼없이 달려온 이민생활을 담백한 필체로 펼쳐놓았다.

 저자가 두 딸을 부모에게 맡겨놓은 채 아내와 단둘이 미국으로 떠나는 부분부터 마침내 상봉하기까지의 과정들은 아마 이 책에서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일 것이다. 생이별을 한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우는 손녀들을 달래느라 고생한 어머니의 이야기와 나중에 그 손녀들을 미국에 보낸 후 허전함으로 잠못 이루며 손수 적어보낸 어머니의 편지 부분, 그리고 저자가 부모님을 미국에 모시고자 애쓰다가 결국은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두 분의 임종을 맞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1972년 3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미국에 왔기에 저자는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단절된 어중간한 '사각지대'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70살에 은퇴할 때까지 새벽 6시부터 밤10시까지 일했다고 하니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지금의 성공은 본인이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해 얻어낸 자수성가임은 분명해 보인다.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들과 도움 받은 주변 인물들의 삶에 대해 꼼꼼히 기억해 정리해 놓은 부분들은 저자의 '성실함'과 '따뜻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가슴속 부모님 회한 풀고싶어"

 자서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저자는 본인의 82년 인생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을 160여쪽의 책 한권에 기록했다. 그러다보니 여느 소설처럼 자칫 감상적이거나 드라마틱하게 흐를 수 있는 부분들도 있을 터인데 과감한 생략과 절제로 담담히 풀어낸 것 또한 이 회고록의 미덕 중 하나일 것이다.

  저자는 "1986년 중앙일보 이민수기에 당선된 기록을 바탕으로 1년전부터 출간 작업에 매달렸다"며 "격변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부모님의 삶을 재조명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띄우는 전상서를 통해 말로는 다 풀어내지 못한 가슴 속 회한을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서전 문의: kimc661@msn.com 또는 (310)78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