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연합뉴스) 윤종석 손상원 기자 = 전남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사고발생 1천74일만인 24일 오후 어두운 바닷속에서 나와 쉽지 않은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다.

잭킹바지선의 와이어줄에 묶인 세월호는 이날 오후 4시55분께 예인선 5척의 도움을 받아 3㎞ 떨어진 안전지대에서 대기 중인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White Marlin)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접어들며 해수면 위 13m 인양 및 고박 작업을 마친 세월호와 잭킹바지선 주변에 예인선들이 모여들면서 이동 준비가 본격화됐다.

TV 생중계를 통해 본 세월호는 화물칸인 파란색 하부와 객실·조타실 등이 있는 흰색 상부가 명확히 구분됐지만 곳곳이 긁히고 부식돼 황폐한 모습이었다.

선체는 왼쪽으로 드러누워 양쪽의 바지선 사이에 꽉 끼인 듯한 형상이었다.

선체 주변에는 이리저리 수십개의 고박줄이 드리워지듯 감싸고 있었다.

오후 2시께 예인선 2대가 각각 잭킹바지선에 연결된 줄을 팽팽히 끌며 이리저리 세월호를 끌거나 회전시키는 모습이 목격되자 세월호가 반잠수선을 향해 출발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밀려오는 조류 때문에 정해진 방향에서 뒤틀리는 세월호를 바로잡으면서 출발 때를 기다린 것일 뿐, 위치를 이동시킨 것은 아니었다.

조류가 진행 방향으로 바뀌자 세월호는 조류를 타고 유유히 반잠수선이 있는 해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예인선 2대가 세월호 뒤에서 줄을 당기며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제어했다.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예인선 주변에 잔잔하게 이는 포말이 선박이 이동 중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반잠수선은 동거차도 남방 2.3마일 떨어진 해역에 대기하고 있다. 세월호가 있던 곳에서는 남동쪽으로 3㎞ 떨어진 곳이라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2시간가량 이동하면 반잠수선 인근 해역에 도착한다.

물밑에 본체를 내린 잠수선 안쪽으로 세월호와 잭킹바지선 묶음이 무사히 안착하면 가장 큰 고비를 넘기게 된다.

그 다음 여정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이 기다리는 목포 신항까지 가는 비교적 순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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