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 발언 파문 일파만파

[긴급진단]

"中 최고지도자 왜곡된 역사관 드러내" 지적 
 트럼프의 발언 공개 부적절…과장 가능성도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더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격적인 발언은 이달 6, 7일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에게 중국과 한반도 역사를 설명했다고 12일 미국 언론에 밝히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만 시 주석이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는 표현을 직접 썼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이해한 것인지, 잘못 알아들은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 속국'인식 강해

 동아일보는 시 주석이 실제로 이런 발언을 했을 경우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 주변국에 대해 왜곡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한국 등 주변국 역사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 주석 집권 이후에는 한중 간 역사 갈등의 불씨가 됐던 동북공정이 불거지지 않아 시 주석이 동북공정이나 과거 중국과 한반도의 관계에 대해 언급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상당수 지식인과 국민들도 한국이 과거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날 중국 관영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

 이번 발언이 사실이라면 시 주석 집권 이후 날로 강화되고 있는 중화민족주의 부흥 운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100여 년 만에 중국이 다시 굴기하는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을 중화민족주의 부흥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는 중국인의 애국주의,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배타적 국수주의 경향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등 주변국의 역사를 중국의 '지역사(史)'로 편입하려는 시도도 뿌리가 깊다.

 시 주석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했다면 더 큰 문제다. 한국이 빠진 자리에서 주요 2개국(G2)인 미중 정상 간에 한국 역사에 대한 왜곡된 논의를 주고받았다는 것으로 향후 한국 문제를 강대국인 미중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는 '코리아 패싱'의 극단적 사례가 될 수도 있다. 한미, 한중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한 대목이다.

 ▶트럼프의'치고빠지기?'

 시 주석의 발언 수준이 어떻든 트럼프 대통령이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발언을 언론에 공개한 것 자체도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자 북핵 문제 해결에서 한국과 협력해야 할 미국 정상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칠고, 과장이 심한 평소 '언어 습관'을 감안할 때 발언 내용이 과장·왜곡됐을 가능성도 크다. 시 주석이 "중국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식으로 한 발언을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표현했을 수 있다. 13일 공개된 인터뷰 전문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인터뷰 기사에서 북한이라고 소개한 부분이 "중국"이라고 돼 있다. 트럼프가 중국과 북한을 바꿔 잘못 말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에 오간 대화를 공개하지 않는 외교 관례를 깨고 언론에 공개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