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육성 폭로한 '코미 메모'일파만파, 양자간 본격적인 '진실 게임' 개봉박두

영화같은 대화기록 '결정적 4장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8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외압 중단 증언에 나섰고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코미 전 국장의 증언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나섰다. 본격적인 진실 게임의 문이 열리는 순간에 와 있다.

 도대체 그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말들이 오고간 것일까.

  7일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한 일명 '코미의 서면 증언'은 공문서라기 보다는 한 편의 정치 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사실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과 행동까지 그림 그리듯 묘사된 '서면 증언' 중 핵심되는 4개의 장면을 재구성해 본다.

 ▶ 장면1: "나는 충성을 원해"

 지난 1월27일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만찬 장면. 두 사람의 어색한 관계가 자세히 묘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에게 "FBI 국장을 더 하고 싶으냐. 많은 사람이 당신 자리를 원한다"고 말한 뒤 "나는 충성을 원해. 충성을 기대해."라고 했다. 

 코미 전 국장은 그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나는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표정조차 바꾸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침묵 속에서 서로를 응시했다." 코미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트럼프는 다른 주제를 한참 언급하다가 다시 그에게 "나는 충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때 코미는 "대통령을 정직하게 대하겠다"고 답했다. 코미는 이날 만찬을 일종의 '비호 관계'(patronage relationship) 조성 목적이라고 기록했다.

▶ 장면2: "플린 수사 중단하라"

 지난 2월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미 전 국장과 독대할 때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청하는 장면이다. 코미 전 국장은 당시 상황 묘사를 이렇게 했다.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서자 6개 의자가 대통령 주변으로 놓여 있었다. 대통령이 나만 빼고 다 나가라고 했는데도 법무장관은 내 주변을 서성거렸고,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도 나에게 말을 걸며 미적거렸다.

 대통령이 그들에게'미안하지만 비켜 달라'고 했다. 이어 괘종시계 옆에 있는 문이 닫히자 우리 둘만 남았다. 대통령이 말을 시작했다. '마이클 플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 중단 요구하며 코미 전 국장을 압박했다. "확실하게 해둘 것이 있는데 마이클 플린 수사를 중단하기를 바란다. 플린에게서 손을 떼.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 그러니 손을 떼기를 바란다."

 이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은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라고만 대답했다. 수사를 중단하겠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았다고 그는 주장했다.

▶ 장면3: "러시아 의혹, 구름과 같다"

 지난 3월 30일 통화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 조사는 국정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나는 러시아 매춘부와 엮인 일도 없고, 러시아와 연계된 것도 없다"며 "이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은 "수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답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때도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는 점을 재확인해줬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그런 사실을 바깥에 공개하라"고 했다. 코미는 트럼프의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나중에 정정해야 할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상황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 장면4: 대화 메모 기록 결심

 코미 전 국장은 이른바 '코미 메모'를 작성하게 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지난 1월6일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트럼프타워에서 처음 만난 뒤 "나는 대통령과 첫 대화를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정확성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면서 FBI 차에 타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대화 내용을 기록했다"며 "이때부터 대통령과 일대일 대화는 메모로 남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우리 만남의 성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와 FBI를 방어하기 위해 기록을 해야 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