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화제]

 억류 17개월 만에 기적같은 재회 불구 '혼수상태'에 또 눈물
"방학이면 세계 곳곳 누빈 아들, 평양서 찍은 사진도 보냈는데…
 정치적 이유로 무고한 사람 희생… 더 이상은 불행한일 없어야"
 北 "식중독에 수면제 먹은탓"vs NYT "상습 구타 당했다" 보도

 지난 13일 밤 신시내티 렁큰필드공항(LUK). 프레드(58)·신디(59) 웜비어 부부는 초조하게 아들 오토 웜비어(23)씨를 기다렸다. 2015년 12월 북한에 여행 갔던 아들은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전격적으로 풀려난 아들을 마중나온 것이다. 아들은 20인승 민간 제트기인 걸프스트림을 타고 평양을 출발, 삿포로 미군 기지를 경유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아들은 의식불명 상태로 부모를 만났다. 

 북한은 미 국무부에 "오토 웜비어가 지난 3월 재판 후 보톨리누스 중독(식중독의 일종)에 걸린 상황에서 수면제를 복용하고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익명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오토가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의 정보를 미 행정부가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씨는 아들을 만나기 전후 두 차례 한국 조선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꿈에 그리던 아들을 되찾았지만, 눈을 뜨지 않는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은 도착 후 앰뷸런스에 옮겨져 신시내티대병원(UCMC)으로 이송됐다.

 신문에 따르면 아버지는 "버지니아대(UVA)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아들이 2015년 12월 홍콩 연수를 앞두고 북한 여행길에 올랐다"며 "방학 때만 되면 이스라엘·에콰도르·쿠바 등 세계 곳곳을 누빈 아들이 북한에 간다고 했을 때 걱정은 했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아들과의 마지막 전화 통화는 재작년 12월 27일 북한 입국 직전이었다. 닷새간의 일정으로 평양에 들어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들은 평양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졸이던 웜비어 부부는 며칠 후 미 국무부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아들이 숙소였던 평양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벽에 붙어 있는 정치 선전물을 가져가려다 체포됐다"는 말을 국무부 직원이 전한 것이다. 아버지는 "작년 3월 북한이 오토에게 '체제 전복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15년 노동교화형(刑)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이때부터 아들의 석방을 위해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과 면담하는 등 백방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 4월에는 폭스TV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국민을 상대로 '제발 우리 아들을 구해달라'고 절절하게 호소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지난 6일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뉴욕에서 박길연 주유엔 북한대사와 접촉해 석방 협상을 벌인 후 북한은 결국 석방을 결정했다. 

 하루빨리 아들의 의식이 돌아오길 기도하고 있는 이들 부부는  "무고한 민간인이 정치적인 이유로 희생되는 불행한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설

아들의 석방을 애타게 기다려 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오른쪽)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