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혼수상태 석방 쇼크…들끓는 미국

[이슈진단]

 5월초 美 접촉'인질 협상'대화 실마리 풀려고 시도
 인질들 영사 접견조차 안시켜 되레 대화 기회 날려
"여론만 악화…웜비어 못 깨어나면 더욱 강한 제재"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던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의식 불명의 상태로 송환되자 미국이 들끓고 있다. 이를 계기로 북한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은 지난 5월 8~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한에 억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석방을 위해 '비밀 접촉'을 했다. 당시는 미국이 대북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던 미묘한 시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부터 이전과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30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갑자기 "김정은은 꽤 영리한 녀석(pretty smart cookie)"이라고 말한 데 이어, 다음 날에는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적절한 상황(right circumstance)이면 북한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했었다. 그 무렵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북한의 체제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로부터 열흘도 지나지 않아 국무부의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과 접촉하기 위해 노르웨이로 날아간 것이다.

 애초 오슬로에선 미국의 한반도 민간 전문가와 북한 외무성 관계자가 만나는 '1.5트랙(민관) 대화'가 열릴 예정이었다. 미·북 당국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미국 (민간) 인사들은 미 정부의 어떤 메시지도 들고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막작전'까지 펴면서 국무부 관리를 파견한 것이다.

 그러나 미·북 접촉은 출발부터 꼬였다. 미국 측은 대화를 '인질 문제'에 집중하려 했지만,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웜비어를 포함한 4명의 미국 인질에 대한 영사 접견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한 차례 접견만 허용했는데, 웜비어는 보여주지도 않았다. 이후 미국이 계속 영사 접견을 요구하자 북한은 지난 6일에서야 유엔 대표부를 통해 "사실은 웜비어가 혼수상태"라고 털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북한을 방문해 웜비어 석방을 요구하라"고 지시했고, 조셉 윤 대표가 의료진 2명과 지난 12일 평양에 들어가 웜비어를 데리고 돌아온 것이다.

 북한은 '인질 외교'라는 꼼수를 또 사용해 미국과의 대화 실마리를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에도 미국 여기자 2명을 인질로 삼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부르는 데 성공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의 분노만 불러일으켜 미·북 대화 기회를 오히려 날려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웜비어 송환을 계기로 미·북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부적절하게 체포돼 재판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진 시민을 돌려받았다고 대화를 재개한다? 그것만큼 이상한 일도 없지 않나"고 답했다. 

"아들, 짐승취급 당해"

 한편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는 15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들이 '짐승취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프레드는 인터뷰에서 "북한 왕따 정권에서 아들이 18개월간 테러를 당했고 짐승취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1996년 이래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은 총 16명으로, 최근까지 웜비어를 포함해 4명이 북한에 붙잡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