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광진/문화공방 에이콤 대표

 윤소정 선생님!

 지난 4월 초 연극인 후배 결혼식 참석차  LA를 방문 하셨던 선생님의 건강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비보인가요? 

 항상 밝은 웃음과 친근한 모습이 선생님의 상징이었는데 서울에서 날아온 급보가 지금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LA 연극인들을 무척이나 사랑하셨던 예술인이셨습니다. 남편이자 동료이신 오현경 선생님과 함께 2년에 한번 봄·가을에 맞춰 LA를 방문하시곤 하셨지요.

 그때마다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생생한 고국 연극계의 소식을 전해 주시고, 가교역할도 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한국 최고의 연극을 LA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선생님과 이호재, 김재근 선생이 LA에서 함께 열연한 연극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는 지금도 이곳 연극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그해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장기 공연을 강행하셨던 선생님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었기에 그 작품이 가능했다고 말입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지난 55년 동안 한국 연극무대에서 활동하시며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상'과 '구히서 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 '이해랑 연극상' '동아 연극상'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상을 모두 수상해, 삶과 예술이 모두 빛나는 행복한 연극인이셨습니다.

 몇 년 전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하신 후 LA에 오셨을 때 저에게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이 대표! 상금으로 오천만원을 받았는데 반 이상은 후배 연극인들 사기 진작시켜주려고 축하주 사주는 데 다 썼어. 나는 술 한 잔도 못 마시는데" 라고 큰 웃음으로 기분 좋게 말씀 하시던 정겨운 모습이 오늘 따라 더욱 그립습니다.

 LA 방문 중에도 이곳 극단들의 연극공연이 있으면 찾아 오셔서 입장권을 구입하시고 격려금도 챙겨주시던 선생님의 자상한 모습은 한국이나 LA에서나 다를 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저에게 언젠가 딸 지혜와 함께 LA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하셨지요. 결국 선생님은 바라시던 연극 '굿 나잇 마더'를 영원히 미완으로 남기신 채 멀고 긴 여행을 떠나셨군요.

 선생님!

 그토록 사랑하시던 한국 연극은 365일 연극을 꽃피우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후배들에게 맡기시고, 이제는 대학로 마로니에 거리를 환히 비추는 큰 별이 되어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