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이슈]

도쿄도의회 선거 고이케 압승, 자민당 23석 역대 최악 성적표
고이케 지사 세력 79석으로 과반…아베 장기집권·개헌 철퇴

사진은 파란을 일으킨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2일 열린 일본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기존 의석의 반 토막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패를 하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신당 연합 세력이 압승을 거뒀다.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집권한 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일본 국내 주요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이케 지사가 주도하는 신생 정당 '도민퍼스트회'는 3일 0시 20분 현재 전체 127석 중 49석을 얻었다. 창당 6개월 만에 도쿄도의회의 원내 1당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도민퍼스트회와 연대한 공명당, 생활자네트워크, 고이케 지지 무소속 등을 합치면 총 79석으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반면 이번 선거 전 56석을 보유했던 자민당은 전체 127석 중 2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2009년 도쿄도의회 선거 때 거둔 기존 최악의 성적(38석)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NHK방송은 "역대 최악의 참패"라고 했다. 아베의 불패신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번 승리로 고이케 지사는 차기 총리를 넘볼 수 있는 '포스트 아베 주자'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반면 아베 총리는 그에게 도전할 사람이 없는'아베 1강'구도가 위태로워졌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던 아베의 개헌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베의 장기집권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내년 말까지의 중의원 선거까지 아베에겐 험로가 예상된다. 수의학부 승인을 둘러싼 측근 의원들의 스캔들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향후 자민당 내에서 아베에 반기를 드는 파벌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아베는 단기적으로 개각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신당은 앞으로 더 주목을 받게 됐다. 제1 야당 민진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존망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고이케 신당이 차기 중의원 선거에 뛰어들면 정당 간 이합집산을 통한 정계개편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이케는 이날 국정 진출에 선을 그었지만 정국이 유동화되면 자세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과거 도쿄도의회 선거는 총선의 척도가 돼왔다. 자민당은 2009년 도의회 선거에 이어 한 달 만의 중의원 선거에서도 참패해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1993년 6월 도의회 선거에선 창당 1년의 일본신당이 일약 3당으로 올라섰다. 자민당은 한 달 후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했고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일본신당 대표를 총리로 하는 비(非)자민 연립정권이 탄생했다. 도쿄도의회 선거의 파괴력은 그만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