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실태 파악·연구용역 진행해 지침 마련
직장인 74% 퇴근 후에도 시달려…스마트폰 이용 초과근무 주당 11시간 넘어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근무시간 외에 카톡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한 업무지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퇴근 후에도 카톡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연말까지 노동계와 사용자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업종별 실태 파악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

고용부는 이에 앞서 현재 퇴근 시간 이후에 SNS 등을 이용한 업무지시 금지법을 도입한 프랑스 등 외국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퇴근 후 업무 연락 금지법인 '엘 콤리'(El Khomri)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 중이다. 미리앙 엘 콤리 전 노동장관의 이름을 따서 통칭되는 이 법은 직원 수 50명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이 퇴근 후 회사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화, 이메일, SNS, 회사 내부망 등 모든 소통경로를 차단하는 내용이다.

고용부는 그러나 프랑스처럼 법으로 규제할 경우 장시간 근로가 굳어진 한국의 기업문화 특성상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SNS를 통한 업무지시와 이행을 놓고 어느 선까지 근로시간으로 산정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법으로 퇴근 후 SNS 사용을 금지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일선 기업들에 전파하고 추후 근로감독을 통해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직장인 대다수는 퇴근 후에도 카톡 등을 이용한 업무지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실시한 근로 관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74%는 퇴근 후에도 업무지시와 자료 요청에 시달리고, 이중 60%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초과근무 시간은 주당 11.3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퇴근 후 SNS를 이용한 업무지시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3월 23일 근로시간 외에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한 지시에 따라 근로하는 경우에는 업무 수행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에 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민간·공공 부문에서도 퇴근 후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문화가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중에서는 CJ가 올해 6월부터 퇴근 후나 주말에 문자나 카톡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사내 캠페인을 진행해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광명시는 '직원 인권보장 선언'을 통해 업무시간 외 카톡 금지, 퇴근 10분 전 업무지시 금지를 이행하고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많은 직장인이 퇴근 후에도 편히 쉬지 못하고 카톡을 통한 업무지시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장시간 근로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반드시 개선해야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반 직원 뿐 아니라 관리자 등 상급자들도 카톡을 이용한 업무지시 때문에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bum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