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간 업무 보조 대신'몸종'취급 당하는 공관兵의 눈물…"이런게 국방의무인가요"

"개가 먹기 편하게 밥줘라" 지시, 군대서'개밥병'놀림
 잠못자고 대대장 자녀 숙제 대신…부당해도 말 못해

 군(軍)에는 지휘관 관사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이 있다.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영내(營內)에서 머물러야 하는 지휘관들이 원활히 임무를 수행하도록 돕는다. 그런데 지휘관과 가족들이 이들을 개인 비서처럼 부리는 경우가 일상처럼 일어난다.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대장) 부인의 갑질 행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공관병 폐지를 지시했다.

 관사 근무는 본래 지휘관 등 군 간부의 업무를 보조하고 관사를 관리하는 것이 임무다. 하지만 이 보직으로 군복무를 한 사람 중 상당수는 자신의 군 시절을 '지휘관의 심부름꾼 노릇만 하다가 전역했다'고 회상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강원도에서 당번병으로 근무했던 이모(26)씨는 매일 오후 1시가 되면 부대에서 500m 떨어진 관사로 가야 했다. 대대장이 키우는 진돗개 3마리에게 밥을 먹이고, 관사 내 화분에 물을 줬다. 이씨는 "대대장으로부터 '군인들이 먹다 남은 밥·반찬을 커다란 대야에 담고 국물을 부어 개가 먹기 편하게 하라'는 특별 지시가 있었다"며 "폭설이 내리는 겨울에 음식물을 들고 가다 넘어져 다쳤는데도 대대장은 '개밥도 제대로 못 주냐'며 핀잔만 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군 생활 내내 동료들로부터 '개밥병'이란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당번병으로 복무했던 조모(24)씨는 취침 시간인 오후 10시 이후에도 거의 매일 대대장 자녀의 숙제를 대신해야 했다. 숙제의 대부분은 영어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대대장은 조씨가 명문대에 재학 중인 것을 알고 "실력 발휘 좀 해보라"며 영어 일기장을 내밀었다. 조씨 이전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입대한 병사가 그 일을 했다. 조씨는 "중령이 병사에게 '잘 부탁한다'며 지시를 하는데 따르지 않을 병사가 어디 있겠냐"며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절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휘관의 가족들이 병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 김모(27)씨는 대대장실 운전병으로 복무하던 당시 대대장 부인으로부터 "아무도 모르게 잠시 찾아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대대장 부인은 김씨에게 초코파이를 하나 건네주며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으니 수상한 낌새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김씨는 "군인이 아니라 흥신소 직원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난처한 상황 때문에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군에선 "지휘관이 병사를 하인 부리듯 하는 악습은 군 특유의 계급 중심 문화와 폐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이들을 민간인으로 교체할 때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영내 지휘관 관사에 민간인을 두는 것이 합당하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