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카페 등 온라인에 문답 쏟아져…전문가 "확인 안 된 정보 남발 경계해야"
각종 괴담·음모론에 '정권책임론' 따지는 정치공방도 고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현혜란 김예나 기자 = "외국계 쇼핑몰에서 산 계란은 먹어도 되는지…", "집에 있는 계란에 '08'이라고만 쓰여 있어요. 아까운데 '08마리'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것으로 밝혀진 농가가 무더기로 추가된 17일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각종 인터넷 카페에는 계란의 안전성을 따지는 주부들의 질문과 답변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질문은 대체로 자신이 사 온 계란 사진을 올리면서 "뉴스에 살충제 성분 검출됐다고 나온 계란은 아닌데 먹어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는 식이다.

이런 질문에는 '아무래도 찝찝하니 먹지말라'거나 '마트에 가서 환불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계란에 숫자가 적혀 있지 않으니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요?'라는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이를 만류하는 댓글이 잇따르자 "제가 계란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속상하다. 정부 발표도 못 믿겠고…"라고 답했다.

댓글 형식이 아니라 "뉴스에 나오지 않은 번호의 달걀이라도 안심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살충제 계란은 익혀도 이상이 있다고 하니 냉장고에 들어있는 달걀은 모두 버리시고 빵, 와플, 계란이 첨가된 과자는 모두 피하세요"라는 경고 글을 올린 이도 있었다.

일부 분유에 계란 성분이 포함됐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분유를 바꿔야 하는데 갑자기 바꾸면 아이에게 탈이 날까 걱정된다"며 전전긍긍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날인데 케이크를 보내도 되는지 묻는 글이나, 아이들에게 답례품으로 계란이 들어간 제품을 하려는데 다른 부모들이 싫어할까봐 걱정된다는 글도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원인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믿지 못하면서 스스로 '안전한 먹거리'를 찾으려 나섰다는 것이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의 계란에서도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뉴스에 주부들은 "계란 뿐만 아니라 친환경 인증 제품 전체를 못 믿겠다", "정부가 제대로 검사하는게 맞나"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부가 '안전하다'고 말해도 소비자가 믿지 못하면서 서로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나섰다"며 "다만 일부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퍼지면서 무조건 계란을 기피하거나 과잉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신 건국대 교수(소비자학 전공) 역시 "계란을 먹는 입장에서 정보가 중요하기에 소비자가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라면서도 "계란 문제에 대해서는 (과학·의학적) 분석이 필요한 만큼 확인되지 않은 정보 남발은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온라인에서는 불안감을 노린 근거 없는 괴소문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이나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정부의 늑장 대응은 세계 인구감축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커뮤니티에는 이번 파동의 이면에는 계란 가격의 거품을 빼기 위한 정부의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동안 국민이 온갖 병치레를 한 것이 살충제 계란 때문"이라는 황당한 글도 눈에 띄었다.

극우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는 "00 지역 빼고는 다 살충제 범벅"이라며 지역갈등을 유발하는 발언이 많았다. 다른 사이트에서는 "박근혜 정권 때 살충제 계란의 위험성이 지적됐음에도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며 정치공방을 벌이는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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