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한림대 31일 공동세미나…미디어 자살 장면 청소년 노출 실태 점검
구체적인 방법 등 상세 묘사 경향 짙어…자살콘텐츠 규제 필요성 인식은 낮아

(서울=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TV 드라마나 웹툰 등 미디어에서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묘사하는 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자살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이 같은 자살콘텐츠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모방자살 등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교육부와 한림대학교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이하 연구소)는 30일 이같이 미디어가 청소년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 TV 드라마와 인기 웹툰에서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묘사하는 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자살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황금시간대 방영된 지상파 3사 드라마 70편 확인 결과 48편에서 110여회의 자살 장면이 등장했다.

자살 배경과 원인은 물론 자살 장면 중 75% 이상에서 자살장소와 자살 도구 및 약품, 도구 획득 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선정성이 강했다.

인기 웹툰 역시 자살을 흥밋거리나 가벼운 행동으로 다루었으며 자살 방법과 수단을 상세히 묘사하는 경향이 짙었다.

웹툰 속 자살 장면 [교육부 제공=연합뉴스]

하지만 미디어 자살 장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청소년은 성인보다 비교적 자살에 호의적이었다.

미디어 자살콘텐츠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관대한 경향을 보였으나 미디어 자살콘텐츠 규제 필요성 인식은 낮았다.

연구책임자인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다수의 지상파 TV 드라마와 웹툰에서 자살 장면이 빈번하게 선정적으로 다뤄져 청소년들에게 모방자살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오스트리아는 언론보도 등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자살 관련 내용 제한 지침을 적용한 결과 4년 뒤 국가 전체 자살률이 약 20% 줄었다.

미국, 영국, 호주, 핀란드 등에서도 국가 자살예방 전략 일부로 미디어 콘텐츠 관리를 포함하고 있다.

교육부와 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31일 서울 페럼타워에서 TV 드라마·웹툰 등 미디어의 지나친 자살 장면이 청소년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를 위한 세미나를 연다.

미디어에서 다루어진 자살 장면 실태를 점검하고, 이것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범사회적인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세미나는 청소년 자살 현황과 특성 등 주제 발표에 이어 전체토론 순으로 진행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우리의 아이들은 모두의 아이"라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저출산 사회에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워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