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잡지 '플레이보이' 창업자 휴 헤프너 별세, 토끼 모양 로고 하나로 미국의 '섹스 전설' 

[금요화제]

'성 혁명의 기수'vs'성차별 시대의 유물'평가 엇갈려
 21세기 들어 몰락 불구 건재…"같이 잔 여자 1000명"
 소원대로 창간호 표지모델 마릴린 먼로 옆 묘지 안장

 '플레이보이 제국의 황제'휴 헤프너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플레이보이 엔터프라이즈는 창업자인 휴 헤프너가 27일 LA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부모는 보수적인 기독교도

 20세기 성(性) 혁명의 기수로 불리는 그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은 성차별 시대의 유물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자신보다 수십 살 어린 여성들과 천방지축 뛰어놀면서 리얼리티TV쇼에 등장한 말년의 모습이 오해를 부풀린 측면이 있다.  

 그가 섹스와 불가분의 관계인 건 사실이지만, 그는 전설이라고 평가 받아 마땅한 인물이었다. 그는 토끼 모양의 로고를 창조해 나이키·코카콜라 등 대기업 브랜드에 맞먹는 가치를 창출했고, 새로운 잡지 문화를 열었다. 헤프너는 시장을 꿰뚫은 사업가였고, 시대를 선도한 문화 아이콘이었다.  

 그는 1926년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회계사, 어머니는 교사였다. 네브래스카 출신인 부모는 보수적인 기독교도였다. 2011년 헐리우드리포트 인터뷰에서 헤프너는 "부모님은 높은 도덕 기준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스스로를 억제했다"며 "집 안에서도 포옹하거나 키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 복무와 대학을 마친 뒤 그는 에스콰이어 잡지에서 일하며 남성 잡지 창간을 기획했다. 중산층 고학력 남성의 욕망을 정확히 반영한 잡지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토끼 복장'바니 걸'황금기

 그는 플레이보이지에 여성 모델의 누드 사진을 심층 기사와 인터뷰, 유명 작가의 소설과 함께 실었다. 

 창간호 발행은 1953년 12월. 표지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마릴린 먼로가 장식했다. 수준 높은 글과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을 양 날개 삼은 잡지는 순항했다. 잡지는 바로 5만 부를 인쇄할 정도로 성공했다. 서구 사회에 몰아친 '성(性) 혁명'과 함께 60~70년대 그의 사업은 전성기를 맞았다.  존 업다이크, 이언 플레밍,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글과 마틴 루터 킹, 존 레논, 지미 카터 등 저명 인사의 인터뷰가 플레이보이에 실렸다. 

 브랜드도 확장했다.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등 TV쇼를 진행했고, 토끼 복장을 한 '바니 걸'이 서비스하는 플레이보이 클럽을 전국에 열었으며 71년엔 LA 대저택에 '플레이보이맨션'을 마련해 유명인사들과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열었다. 잡지 발행 부수가 700만에 이르던 최고의 황금기였다.

 ▶86세에 60살 연하와 3번째 결혼 

  80년대 들어 쇠락이 시작됐다. 펜트하우스·허슬러 같은 성인잡지로 독자들이 빠져나갔다. 뇌졸중을 앓은 뒤엔 경영의 상당 부분을 딸에게 넘겼다. 21세기는 더욱 혹독했다. 값싸고 자극적인 포르노를 언제나 구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사람들은 플레이보이를 찾지 않았다.  

 위기에 몰린 2015년 플레이보이는 누드 사진을 더 이상 싣지 않겠다는 대변혁을 선언했지만 발행부수는 80만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헤프너는 건재했다.2012년엔 세 번째로 결혼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헤프너는 86세, 부인인 크리스탈 해리스는 60세 연하인 26세였다. 그는 2013년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 "같이 잔 여성이 분명히 1000명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생전에 마릴린 먼로 옆에 영면하는 것을 "무척 시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람대로 미리 마련해둔 먼로 옆의 묘지에 안장된다.


플레이보이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