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50만 명이 넘는 국경 이탈 난민을 유발한 로힝야족 유혈사태 현장을 방문한 미얀마주재 외교관들이 미얀마 정부에 유엔의 국제조사단 활동 허용을 촉구했다.

4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의 주선으로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 간 유혈충돌이 발생한 라카인주 북부를 방문한 20여 명의 현지주재 외교관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내어 "구호단체 활동과 인권 탄압 확인을 위한 유엔 조사위원회 활동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사태를 촉발한 ARSA의 경찰초소 습격사건과 이어진 정부군의 소탕작전 중 벌어진 폭력 행위를 규탄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불에 타 잿더미가 된 채 버려진 (로힝야족) 주거지를 목격했다. 폭력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정부군은 라카인주 주민 모두를 차별 없이 보호하고 방화를 막아야 할 임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수십만 명의 난민들의 자발적이고 안전한 원 거주지 복귀를 위해 미얀마 정부가 빠른 조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유엔이 구성한 조사단 활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 8월 25일 ARSA가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30여 곳을 동시에 습격했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도 경찰초소를 공격한 적이 있는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했고, 미얀마군은 병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지금까지 5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민간인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또 현재 양국 국경지대에서 대기중인 로힝야족 난민도 1만명이 넘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테러단체 소탕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민가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고, 이런 주장을 토대로 유엔 등도 이번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소탕전이 안보 차원의 정당한 활동이며, 외신들이 조작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해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난민 송환에 합의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난민 상당수가 미얀마 거주 사실을 증명할 수 없거나 재입국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얼마나 많은 난민이 원래 거주지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유엔은 5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 구호 활동에 4억3천만 달러(약 4천930억 원)의 자금이 소요된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유엔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등지로 유입된 50여만 명의 난민 가운데 30만 명 가량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움막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사실상 노숙을 하고 있다.

또 위생시설 부족으로 오염된 물을 마신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콜레라 등 '감염병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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