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수사방해 의혹'변창훈 검사 투신 사망


영장심사 1시간 전 변호인 사무실서 극단 선택
투신 전 지인들에게 "억울하고 원통하다" 문자
당혹스런 검찰, 수사에 차질…일각에선 책임론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사법연수원 23기)가 6일 오후 구속영장 실질심사 출석을 앞두고 투신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변 검사는 공안수사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검사였다. 그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믿고 싶지 않다"는 탄식이 나왔다.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42·38기)에 이어 변 검사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 영장심사 1시간 앞두고 투신

변 검사는 변호인 허태원 변호사(47·33기)와 함께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심사에 출석하러 허 변호사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허 변호사는 변 검사가 2009년 수원지검에서 공안부장으로 근무할 때 부원으로 함께 일했던 검찰 후배다. 허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변 검사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한 뒤 건물에서 뛰어내렸다고 진술했다.

변 검사는 2013년 국정원에서 원장 법률보좌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변 검사는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이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50·21기), 파견검사였던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43·30기)와 함께 국정원"이 '댓글 사건'에 대응해 꾸린 일명 '현안 태스크포스(TF)'활동을 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변 검사는 지인들에게 "억울하고 원통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변 검사는 친한 지인들에게 투신 전에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살기 싫다"며 이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지인들은 "파견 나간 공무원으로서 직분에 충실 했을 뿐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런 식으로 범법자로 몰았으니 본인은 얼마나 억울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유족들은 "국정원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다 뒤집어 씌웠다. 아이들이 보는데 압수수색을 당하고 후배 검사한테 15시간이나 조사 받으면서 너무나 원통해하고 억울해 했다"며 절규했다. 유족들은 빈소를 찾은 일부 검사들을 향해 "검찰총장이 무슨 정치인처럼 유세를 하러 왔느냐. 순시하듯이 돌면서 악수하고 여기가 무슨 잔칫집이라고 찾아와 술 먹는 자리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족 측은 "검사들 조문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두고보자"며 오열했다.

○ "수사 서두르다 빚어진 참사"

변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거친 공안통이다. 울산지검 공안부장이던 2009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서거했을 때 사고 현장 확인과 부검을 지휘했다. 국정원 수사를 이끌고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 검사는 유력한 검사장 승진 후보였다. 하지만 8월 인사 때 국정원 파견 근무 경력이 문제가 돼 탈락했다고 한다. 변 검사는 서울고검으로 발령 난 뒤 크게 낙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 책임론이 제기됐다. "나중에 천천히 수사해도 된다"는 대검찰청 수뇌부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내부에서 말을 맞추고 증거를 없앨 수 있다"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수사팀이 변 검사 등 현직 검찰 간부들을 조사하면서 소환시간을 사전에 공개하고 민감한 피의사실을 언론에 누설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평생 몸담았던 조직에서 '잡범'취급을 당하며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변창훈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