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장류연구소, 기자와 대결…단 0.5초간 본 숫자 정확히 기억
100차례 테스트 정답률 80% 넘어, "순간 기억력은 인간에 앞서"


"숫자를 잘 기억해 보세요."(연구원)

지난달 29일 일본 중부 아이치현 이누야마시에 위치한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모니터에 다섯 개의 숫자가 떴다. 숫자들은 잠시 보였다가 이내 흰 정사각형들로 변했다. 17세 침팬지 아유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정사각형을 하나씩 짚었다. 2, 3, 6, 8, 9.

숫자를 힐끗 본 시간은 불과 0.5초. 정확하게 기억해 낮은 숫자부터 하나씩 화면을 터치하자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과제를 정확히 수행하자 바나나 향이 나는 사료가 상으로 주어졌다. 안내하던 연구소 관계자는 "낯선 사람이 많아 다소 긴장했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숫자 10개도 순식간에 기억해 낸다"고 설명했다.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영장류가 서식하는 일본은 영장류 연구에 있어 독자적인 연구 성과를 내 왔다. 그 중심에는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교토대 영장류연구소가 있다. 현재 13종 1200마리의 영장류를 보유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침팬지를 12마리나 보유한 대학은 세계적으로도 이곳밖에 없다고 한다.

연구소 간판스타 마쓰자와 데쓰로 특별교수는 1977년부터 40년 동안 아프리카 기니와 일본을 오가며 침팬지의 인지 능력과 기억력을 연구하는 '아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는 침팬지에게 숫자, 색깔, 언어, 가위바위보를 가르쳤다. 그러던 중 침팬지의 뛰어난 순간 기억력을 발견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마쓰자와 교수는 "우리는 처음으로 침팬지가 일부 지적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한다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날 포린프레스센터 프레스투어에 참석한 외신 기자들이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아유무는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숫자 배열을 기억해 냈다. 매번 위치를 바꾸며 100번을 되풀이했는데 정답률이 80%가 넘었다. 마쓰자와 교수는 "순간 기억력에 한해서는 어떤 인간도 침팬지를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