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학회 보고서 / 사회적 관계로 나타나는 노년층 우울 '자녀와의 관계가 가장 큰 원인'

[뉴스포커스]

'사회적 친분', '배우자 유무'보다 우울 영향 더 커
나이들면서 사회적 관계 축소 자녀 의존도 높아져
"심신 위안 찾아야 하는 자녀들에게서 되레 실망감"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부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한국의 우울증 환자는 성인 인구의 4.54%인 214만5000여 명 (2016년 기준)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노년층의 우울증 환자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년층의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뭘까. 최근 노년층에 사회적 관계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은 '자녀와의 관계가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한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녀들로부터 심신의 위안을 찾아야 하는데 되레 가족 관계에서 우울증이 심화되는 셈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이같은 연구결과는 한국 노년층을 상대로 조사한 것이지만 미국에 사는 한인 노년층도 별반 다를게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한국노인복지학회지 '노인복지연구'최근호에 게재된 '초기 노년기 우울의 변화와 사회적 관계의 시간 효과(전근성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에 따르면 한국복지패널 2차, 5차, 8차, 11차 데이터 가운데 만 65∼69세 노인의 우울과 사회적 관계를 비교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

분석 결과 사회적 관계 가운데 배우자 유무, 자녀 관계, 사회 친분 관계 등 노인 우울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관계를 통제해 보니 우울은 초기보다 평균 2.5배가량으로 증가했다. 그 영향력은 '자녀 관계'가 가장 컸으며, '사회 친분 관계''배우자 유무'순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는 사회적 관계의 영향력을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따라서 노년기 우울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녀와의 관계 증진 노력이 중요하고,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관계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노년기 우울을 심화하는 요인에는 신체적·정신적 기능 감퇴, 직업 상실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가정에서의 지위 및 역할 상실, 사회적 관계망 축소로 인한 외로움 등이 꼽혔다.

노년층의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이 자녀들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이번 조사 결과는 바쁜 이민생활을 핑게로 나이든 부모, 노인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부친이나 모친을 자주 찾아보지 못하거나, 한국이나 타주에 살고 있는 부모에게 제대로 전화통화한번 길게 하지 못하고 사는 미주 한인 자녀들이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