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45분만에 북·미 회담을 결정하다니…

"위대한 타결…엄청난 성공 거둘 것" 자신감
백악관 "리얼리티 쇼 아냐, 비핵화가 먼저다"
언론 "회담 자체가 北 승리" "이판사판 도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위대한 타결을 볼 수도 있다"며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백악관은 "구체적인 조치가 없으면 김정은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대화를 강조했던 미국 진보 언론들도 "만나는 것 자체가 김정은의 승리"라며 졸속 회담 가능성을 경계했다.

▶트럼프 "나를 믿어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무척이나 들떠있는 모습이다.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에서 "(북한은) 화해를 원한다고 본다"며 "이제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 국가를 위해 (북한과) 가장 위대한 타결을 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믿어라.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그걸 할 수도, 하려 하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을 준비하는 백악관의 분위기는 트럼프와 자못 다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구체적인 조치와 구체적인 행동을 보지 않고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위한 행동을 보일 것을 요구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북한은 '불량국가'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변신을 추구해 왔다"며 "미·북 정상회담 그 자체가 북한의 승리"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비핵화 검증 수단 등이 전혀 맞교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은) 독재자에게 상을 주는 셈"이라고 했다.

▶미북대화는 중간선거 돌파용

미국 국내적으로 중간선거 승리가 지상 과제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 등 보호무역 기조를 지지층 결집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는 북핵 문제의 획기적 진전을 성과로 삼아 중간선거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을 너무 즉흥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종 결정에 도달하기까지 몇 주가 걸릴 일인데, 불과 (면담 시간인) 45분 만에 결정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마치 TV 리얼리티 쇼처럼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사업가로서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거래와 외교적 협상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당장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우리는 북한의 말과 수사에 일치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볼 때까지 이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사설로 일제히 경계 목소리를 냈다. 진보 성향의 NYT는 "변덕스러운 대통령이 복잡한 국가 안보 이슈에서 제대로 된 정보도, 준비도 없이 김정은의 테이블 맞은편에 앉는다는 사실은 걱정스럽다"며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판사판 도박(high-stakes gamble)"이라고도 했다.

WP도 사설에서 "그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눈 감고 걸어가 독재자와 대좌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