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데이먼씨 28일 대구시청 방문…공무원 등에 감사 인사

(대구=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한국계 미국인 소아과 의사 줄리아나 데이먼(46)씨는 최근 잃어버린 유아 시절 흔적을 되찾았다.

1972년 태어나 두 살 되던 해부터 미국 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 속에 성장했지만, 기억조차 없는 유아 시절은 마음 한쪽에 늘 미스터리로 남았다.

메사추세츠에 사는 마조리 데이먼 부부에게 입양된 그는 하버드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 1월 그는 지인을 통해 입양자료를 대구시에 전달하며 부모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미국에 왔는지 의문을 풀고 짧으나마 조국에 머문 흔적을 찾고 싶었다.

시 담당 공무원들은 입양자료를 토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대구시립희망원과 백백합보육원, 홀트아동복지회 기록을 찾았지만 금방 벽에 부딪혔다.

데이먼씨가 아는 한국 이름은 '이대숙'이지만 그런 이름을 쓴 아기는 없었다.

입양, 희망원 입소, 보육원 전원 등 기록에 있는 날짜로 맞춰 들어간 결과 '김노미'라는 아기가 나와 퍼즐이 풀렸다.

그는 1972년 3월께 경북 칠곡군 칠곡면 아시리(현재 대구시 북구 읍내동 추정)에서 김순이(1944년생 추정)씨 딸로 태어났다.

이듬해 1월 생모와 함께 희망원에 들어가 2개월가량 지내다가 3월에 백백합보육원으로 들어갔다. 지병으로 양육이 불가능해 딸과 생이별한 생모는 그해 6월 희망원에서 세상을 등졌다.

보육원 기록에는 김노미 대신 이대숙이라는 이름에 '작명'이라는 표시가 있어 그때 이름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달 만에 홀트아동복지회로 간 두 살배기 노미는 7월에 미국으로 떠났다.

데이먼씨는 그동안 도와준 시와 희망원 담당자들을 만나려고 오는 28일 대구시청을 방문한다.

그는 생모가 숨질 때까지 머문 희망원과 미혼모 공동생활시설인 대구클로버, 잉아터에 미화 5천 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데이먼씨는 "입양 전 한국에 머문 시간은 내게 미스터리와 같았다"며 "여러 사람 헌신적인 도움으로 잃어버린 흔적을 찾게 돼 기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생모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슬펐지만, 한편으로 인생에 큰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 들었다"며 "가슴이 따뜻한 분들이 있는 대구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영숙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은 "45년 전 먼 나라로 떠난 분이 훌륭하게 성장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안타깝다"며 "데이먼씨 생모와 가족을 알고 있으면 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yi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