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밀집 거주 어바인, '홈리스 텐트시티' 조성 추진에 주민들 거세게 반발

[생·각·뉴·스]

연방지법, 홈리스 거주지 철거 임시 거주 조성 명령
400명 이주 논의하자 주민들 "왜 하필이면 여기냐?"
갈 곳없이 헤매는 LA 인근지역 노숙자 6만명 육박


미국 내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 중 한 곳인 오렌지카운티 중심도시 어바인 인근에 수백 명의 노숙자를 이주시키는 텐트시티를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6일 폭스뉴스와 CBS LA 등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27일 회의를 열어 샌타애나 강을 따라 노숙자들을 이주시키도록 명령한 연방법원의 결정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추진되는 제안은 약 400명의 노숙인을 LA에서 남동쪽으로 43마일 떨어진 어바인의 오렌지카운티 그레이트 파크에 이주시키는 계획이다.

이곳은 농산물 시장인 파머스마켓이 가까이 있고 주말이면 주민들이 가족 나들이를 위해 즐겨 찾는 장소다.

앤서니 궈 어바인 커미셔너는 CBS LA에 "노숙자들이 이곳에 오는 게 최악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들이 오게 되면 마약과 범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길 건너편에 스포츠 콤플렉스와 노인 요양단지가 있는데 양립하기 어려운 입지"라고 주장했다.

주민 수백 명은 주말 노숙자 텐트시티 입주 예정지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한 주민은 폭스11 뉴스에 "그들을 돕겠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한 한인단체 관계자도 "근본적인 대책 없이 노숙자 캠프를 이 도시, 저 도시로 옮기는 건 처방이 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지역신문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에 따르면 데이빗 카터 연방지법 판사는 지난주 노숙인들이 원고로 돼 있는 거주지 철거 관련 소송에서 카운티 관리들에게 (노숙자들을 위한) 임시 거주 공간을 조성하라"고 명령했다.

현재 노숙자 텐트 시티 입주가 거론되는 지역에는 급수와 배수·전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라고 언론은 지적했다 노숙자 지원단체 관계자조차도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지원하지 않는 임시 거주 공간에는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와그너 어바인 시장은 "수퍼바이저 위원회에서 현안을 다뤄본 뒤 시 공동체 대표와 관리들의 의견을 취합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서부 지역에는 노숙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 조사에 의하면 LA·시애틀·샌디에고·새크라멘토 등 서부 지역에서 노숙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LA 지역은 지난해보다 26% 급증하면서 5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미국 내 전체 노숙자의 10% 규모다.

노숙자가 가장 많은 도시는 여전히 뉴욕(7만6000여명)이지만 증가율에서는 LA와 인근 지역이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