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은둔'접고 전세계 허 찌른 외교무대 데뷔

[뉴스인뉴스]

숨가쁜 24시간 베이징 행보, 북중 관계 회복 의도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대미협상 지렛대 확보 전략
문재인 정부 구상에 변수…더 복잡해진 '북핵 게임'

열차 편으로 중국 단둥을 거쳐 베이징에 입성한 북한 김정은은 26일 공안 사이드카의 대대적인 호위 속에 베이징역과 인민대회당, 국빈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까지 도심을 휘젓고 다녔다. 그는 베이징 도착 만 하루 만인 27일 오후 3시(현지 시각) 열차 편으로 다시 베이징을 떠났다.

김정은이 전 세계의 허를 찔렀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6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지도부와 비공개 회담을 하고 돌아간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번 북·중(北中) 회담에선 5월 미·북 정상회담, 북한 핵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악이었던 북·중 관계를 개선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의 판을 흔들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정은이 외국을 방문한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다. 김정은 체제 6년 동안 북한은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행하며 외교적 고립의 길을 걸었다.

그랬던 김정은이 돌연 베이징을 방문하며 외교 무대에 데뷔한 것이다. 이번 김정은의 방중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11년 중국 방문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남한 특사단 접견(3월 5일)→전격 중국 방문(3월 26일)→판문점 남측서 남북 정상회담(4월 말)→미·북 정상회담(5월 중) 등 그의 숨 가쁜 대외 행보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9일 미·북 정상회담 사실이 발표된 직후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 전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대중 관계를 회복하고 대미 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미국의 '최대 압박'정책에 따라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중 교역은 급감했다. 김정은은 작년 11월 시진핑의 특사로 평양을 찾은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북·중 회담의 결과에 따라 '대북 제재'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정은이 베이징에 머문 시간은 24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해나 합의 내용에 따라 북핵 협상의 틀이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중국과의 모종의 합의를 토대로 미·북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근 무역 전쟁 수준으로 악화된 미·중 관계가 북한 문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또한 남북,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외교가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베이징 방문을 통해 동북아의 운전석에 앉으려고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핵 게임'의 룰이 훨씬 복잡해진 셈이다.